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조계사 뉴스

조계사보 칼럼

[연재완료]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 입력 2022.11.28

질문 > 부처님 성도재일을 맞아 여러 사찰에서 철야로 정진을 한다고 합니다. 예전에,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워서 주말을 이용해 철야 정진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정진이 마음먹은 대로 잘되지 않았던 것 같고 어떤 때는 힘들어서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야 정진, 어떤 마음가짐으로 해야 할까요?

 

답변 > 질문하신 것처럼 많은 사찰에서 부처님 성도일(成道日)이 되면 철야(徹夜)로 용맹정진(勇猛精進)을 합니다. 올해는 12월 30일 금요일이 성도재일이므로 그 전날인 29일 목요일 저녁부터 정진을 하겠지요. 

 

성도재일에 대해 잠깐 말씀드리겠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출가 이후 6년간 고행을 마무리하고 7일간의 목숨을 건 정진을 통해 깨달음을 이루시지요. 고행 위주의 방법으로는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한 수행자 고타마 싯다르타는 부다가야의 네란자라강 근처의 보리수나무 아래에 자리를 펴고 앉아 고요한 선정에 듭니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내가 여기서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차라리 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마침내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굳은 결심을 합니다. 그래서 결국 마왕 파순(魔王 波旬)으로 대표되는 마구니 무리의 방해를 극복하고 깊은 선정에 들어 12월 8일, 새벽 별이 반짝이는 이 날에 모든 미혹의 번뇌를 일순간에 다 끊어버리고 정각(正覺)을 얻어 부처님이 되십니다.

 

모든 불자들에게 이 날은 특별합니다. 그래서 전국의 사찰에서는 부처님의 정진을 따라 성도일 전날 저녁부터 성도일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고 수행하는데 보통 철야용맹정진 한다고 합니다. 불자님 같은 재가자들뿐 아니라 스님들이 정진하고 있는 전국의 선원(禪院)에서도 성도일 일주일 전부터는 기간을 정해 더욱 공부에 매진합니다. 이것은 가행정진(加行精進)이라고도 하는데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특별 정진에 들어가는 것이지요. 몇몇 선원에서는 아예 허리를 방바닥에 눕지 않는, 말 그대로 24시간을 7일 동안 철야로 용맹정진을 합니다.

 

사실 우리는 용맹정진이라고 하지만 부처님과 비교하면 부끄럽습니다. 부처님의 6년 고행은 경전에서 전하는 내용을 보더라도 죽음을 앞에 둔 사람처럼 초인적인 수행을 하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비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법당에서, 요즈음 더구나 난방시설이 잘되어 있어서 별로 추운 줄도 모르고 정진합니다. 힘들고 기운이 없다고 중간중간에 간식 같은 것을 먹어 가면서 정진하지요. 이 정도면 편안한 정진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물론 잠을 자지 않고 몸을 혹사한다고 하여 용맹정진은 아닙니다. 어떤 어른 스님께서는 한 시간 더 자고 용맹정진하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셨지요. 용맹정진은 ‘잠을 안 자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만큼 또렷하고 분명하게 할 것인가’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저 앉아서 기도하고 참선한다고 공부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도하면서 다른 생각으로 집중하지 않고 참선할 때 앉아서 혼침(昏沈)에 빠지는 것이나 힘이 들고 지루해서 그저 시간만 때우는 용맹정진이 된다면 소용없는 공부가 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중요한 것은 깨달음에 대한, 수행에 대한 굳은 각오와 정신을 또렷하게 하고 정진에 임하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정진하면서 어떤 큰 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마치고 나서 스스로 마음에 할 수 있다는 용기와 부처님의 가르침에 믿음이 더해졌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지요. 내 마음 안에 부처님이 될 씨앗을 두루 뿌렸다고 생각한다면 큰 성과입니다. 

 

정진을 마친다고 해서 외형적인 큰 변화가 바로 오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이 근본적으로 변화되거나 그런 조짐만 있어도 이번 정진은 성공한 것입니다. 철야 정진을 하고 나서 마주하는 사람마다 미소로 대하고 자비로움을 전달해 보셔요. 부처님의 진리, 깨달음은 말로 표현되는 것이 아닌 마음 그대로 우리들의 모습에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저작권자 © 미디어조계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