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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 입력 2023.02.15

질문> 불교 4대 명절 중 하나가 부처님 출가재일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보통 불자들에게 출가는 스님들의 영역으로 느껴지는데, 출가재일과 열반재일 사이에 여러 사찰에서 기도와 정진을 합니다. 재가의 불자들은 출가와 열반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은가요? 

또 현재의 삶 속에서 어떻게 적용하면 좋은 것입니까?

 

답변> 올해 계묘년 2023년 부처님 출가재일(出家齋日)은 음력 2월 8일, 양력으로 2월 27일입니다. 일주일 후가 열반재일(涅槃齋日)이지요. 2회에 걸쳐 출가와 열반의 의미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먼저 출가의 의미입니다. 출가는 말 그대로 가정을 버리고 수행의 길로 나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경우를 보더라도 출가 이후 성도(成道)까지의 6년의 기간을 고행(苦行)이라고 표현했듯이 대단히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철저한 금욕을 기초로 한 자기 절제의 구도(求道)를 의미했습니다.

 

부처님의 제자들인 스님들은 어떻게 출가했을까요? 처음에는 삼귀의(三歸依)의 맹세와 부처님의 허락으로 스님이 되었답니다. 그러나 출가를 한다고 모두가 스님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처님 당시와 지금은, 형식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요. 일정한 수련 기간을 거쳐야 그 자격이 인정되었지요. 요즘 표현으로 행자(行者) 생활이라고 하는 것인데, 세속의 인연을 잊고 새로이 태어나는 과정이기 때문에 힘든 기간입니다. 지금은 행자 생활을 마치면 예비스님 단계(?)인 사미(니)계를 받고 다시 4년 정도의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서 비로소 완전한 스님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한때 세상살이가 힘들면 ‘머리 깎고 스님이나 되자’는 푸념이 있었다지요? 그것은 출가가 아니고 도피입니다. 출가를 세상살이의 힘든 상황을 피해 다니는 도피와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출가한 분들은 대부분 행자 생활의 고됨에 다시 세속으로 돌아가곤 한답니다.

 

처음 불교 경전을 서양에서 번역할 때, 부처님의 출가를 ‘위대한 포기(抛棄)’라고 표현했습니다. 왕위를 버리고 그에 따르는 세속적인 부귀와 권력을 버린 것을 보고 그렇게 번역한 것입니다. 포기란 말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서양사람들에겐 그것이 정말 위대하게 생각되었겠지요. 그래서 출가의 의미를 무엇인가 나에게 이익되는 것을 내려놓고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좋습니다. 저는 출가란 ‘위대한 전진(前進)’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모든 중생들의 근본 고통인 생로병사(生老病死)에서 벗어나는 길을 우리에게 보여주셨기 때문이지요.

 

출가를 보이는 모습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 본질을 새기는 ‘마음의 출가’도 있습니다. 출가란 말과 가출(家出)이란 말의 글자 뜻은 서로 비슷하지만, 출가는 보다 큰 목표를 위해서 집을 떠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유마(維摩)거사의 표현처럼 무상보리심(無上菩提心), 반드시 최상의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마음을 내야 진정한 출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넓은 의미로 마음의 출가라고 합니다. 마음의 출가는 출가의 정신을 새기는 일입니다. 불자에게는 중요합니다. 출가했지만 세속적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출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머리 깎고 승복을 입어야만 출가는 아닙니다. 반면에 비록 재가(在家)에 있지만 마음을 깨끗이 하고 남을 위해 헌신하며 사는 사람을 ‘심(心)출가’ 했다고 얘기합니다. 마음의 출가는 일상의 삶 속에서 언제든 행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출가의 의미를 현실 생활에 적용해야 할까요? 우선 ‘포기’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누구나 세상을 살면서 가끔 포기해야 할 때와 포기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예를 들자면, 평소의 나의 생각 같은 것입니다. 항상 내 생각이 옳을 수만은 없습니다. 내 생각대로만 해서도 안 되겠죠. 그리고 큰 것은 아니더라도 작은 무엇인가를 내려놓는 것은 어떻습니까? 양보라고 해도 좋습니다. 내 이웃을 위해, 내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무엇인가를 양보하는 습관을 갖도록 노력합시다. 그것은 부처님과 같은 위대한 포기는 아니더라도 출가의 의미를 실현하는 작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의 생활에 출가의 의미를 적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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