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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 입력 2023.02.21

질문> 불교 4대 명절이 부처님오신날, 출가재일, 성도재일, 열반재일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중 출가재일과 열반재일의 8일 기간에는 여러 사찰에서 기도와 정진을 합니다. 재가의 불자들은 출가와 열반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습니까? 수행자들의 영역인 것 같아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일상의 삶 속에서 어떻게 적용하면 좋은 것입니까?

 

 

 

답변> 가피 2월호 출가에 관한 주제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열반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열반(涅槃)은 불교 최고의 이상이자 궁극적인 목표입 니다. 부처님께서는 누구나 진리의 가르침을 믿고 수 행하면 반드시 성불(成佛)한다는 모범을 우리에게 보여 주셨고, 열반은 그 최고의 경지를 알려주신 것입니다. 의 표현대로 구경열반(究竟涅槃)이지요.

 

오래전부터 소승과 대승불교, 또 각각의 불교 종파는 부처님 열반의 의미를 매우 다양하게 설명했습니다. 다양한 설명만큼이나 일반인들은 물론 불교인들에게도 열반은 어려운 개념입니다. 제 소견으로 그 의미를 다 말씀드리긴 어렵고, 우리가 현실에서 느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입멸(入滅)하신 날, 음력 2월 15일은 열반재일이라고 하지요. 또 큰 스님들의 입멸도 ‘열반하셨다’라고 표현합니다. 그래서 열반을 죽음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소승이라 일컫는 초기 불교에서는 ‘완전한 열반(無餘涅槃)’을 증득(證得) 하기 위해 육신 소멸의 필요성을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설명은 마치 열반을 사후(死後)세계에서만 얻어지는 특별한 경지로 이해하게 하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열반은 인도 산스크리트어의 ‘니르바나(Nirvana)’에서 온 말입니다. ‘불어서 끈다’라는 뜻인데 불교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번 뇌의 불길이 모두 꺼진 상태로 이해했습니다. 다시 말 하면 인간의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해소된 상태라는 것이지요. 여기서 번뇌의 불길이 꺼졌다는 것과 삼독심(三毒心)이 해소되었다는 의미를 완성의 개념으 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 불자들이 알아야 할 것은 열반은 여러 과정을 통해 얻는 증득이 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부처님같이,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의 삶 속에서 그것을 증명해 내는 것은 매우 중요 합니다.

 

부처님 10대 제자 중 천안제일(天眼第一)로 불렸던 아나율 존자가 부처님께 질문합니다. ‘열반은 무엇을 먹이로 합니까?’ 부처님께서는 ‘열반은 게으르지 않는 부지런한 정진을 먹이로 한다’ 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 주셨지요. 팔정도(八正道)와 육바라밀(六波羅密)의 수행입니다.

 

저는 불자들에게 바르게 믿고, 바르게 알고, 바르게 행하는 것을 자주 얘기합니다. 믿음을 통해서 정성으 로 기도하고, 항상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면서 바른 진 리를 알고자 하며, 배우고 익힌 것을 내 가족과 이웃 을 통해 실천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또 이런 의미도 있습니다. 에서 부처님께서는 ‘모든 중생들을 다 무여열반에 들게 하리라’라고 선언 하시죠. 이 말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나는 한 중생도 구제하기 힘들다고 생각하십니까? 나의 능력 밖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되지도 않을 일을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요? 의 모든 중생은, 지금 나에게 다가온 인연들이라고 말입니다. 내 가족, 내 이웃들. 나와 인연 맺은 모든 존재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을 해보는 거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는 것 은, 열반을 향해 한 걸음씩 전진하는 것이고 열반을 증득 하는 기초가 됩니다.

 

불교는 인간의 이성과 의지에 기초한 합리적인 실천으로 이 세상에서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합니다. 열반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이나 글자에 너무 끌려 다니면 불교의 진정성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출가와 열반의 의미를 현실의 삶 속에서 적용시키기 위해 한 발씩 나아가는 불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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