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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사색의 뜰

좋은 도반이 되겠습니다

  • 입력 2023.02.21

“부처님, 지금은 가족을 지킬 수 있게 힘을 주세요. 남편이 건강을 되찾고 회사가 무너지지 않으면 꼭 돌아 오겠습니다. 그때는 부처님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부처님이 주신 소임을 반드시 다 하겠습니다.”

 

8년 전, 남편이 갑자기 쓰러졌을 때 눈물을 흘리며 이 른 새벽마다 조계사 부처님 앞에서 했던 간절한 기도는 모두 이루어졌다. 병상에 있던 남편은 일상생활이 가 능할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고, 온몸으로 모진 파도와 바람을 맞으며 지켜낸 회사는 불경기 속에서도 차근차 근 단단하게 성장했다. 8년이 지난 지금, 회사는 남편 에게 다시 돌려주고, 나는 새로운 회사 ㈜아이엠텍의 대표이사를 맡게 되었다. 그리고 제26대 신도회 부회장 소임에 이어서 제27대 조계사 신도회 선임 부회장 소임을 맡았다.

 

 

 

서원이 된 간절한 바람

 

지난 세월 가족을, 회사를 무엇보다 나를 지킬 수 있었던 힘은 부처님 가피였다. 눈물로 마음에 새겼던 다짐 은 반드시 해내야 하는 약속이 되었고, 조계사 불교대 학 총동문회 부회장과 제26대 신도회 부회장 소임을 충실하게 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조계사 신도회 임원 으로 일하면서 이웃과 함께하는 따뜻한 조계사를 만들 기 위해 노력하시는 주지 스님과 조계사 신도라는 이름 에 자부심을 느끼는 도반들에게 참으로 감사하고 고마 웠다.

 

제27대 신도회가 구성되고, 세계 무대를 누비며 최고 의 성과를 이루어낸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일등 도량 조계사’를 만들고자 하는 이승현 회장님의 의지를 들 으며 나는 마음에 간절한 바람 하나를 심었다. 나 또한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조계사 신도회가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마음에 심었던 작은 바람은 제27대 신도회 선임 부회장 소 임과 전국여성불자회 부회장 소임을 받아들이면서 부 처님께서 주신 일을 기어코 해내겠다는 서원으로 자라 는 중이다.

 

제27대 신도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또렷하다. 신도회를 이끄는 회장님에게 협력하며 함께하는 도반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기쁜 마음으로 소임을 실천할 수 있도 록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것, 이것이 선임 부회장인 나 의 역할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막연한 꿈처럼 보였던 조 계사 성역화 불사가 손에 잡히는 현실로 차근차근 이루 어지는 것을 보면서 긍지만큼이나 책임감도 커졌다. 해 야 한다는 책임감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속에서 조금 씩 차오르는 환희심은 부처님과 조계사를 향한 서원을 키우는 힘이다.

 

 

 

부처님께서 주신 소중한 책임

 

처음 조계사에서 소임을 맡았을 때, 나는 주어진 일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주어진 일을 제대로 잘 해내서 부처님께 칭찬도 받고 싶고 뿌듯한 기분을 느끼고도 싶었다. 하지만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내가 해야 할 일 이 눈에 보였을 때 비로소 알았다. 소임이란 이미 주어져 있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내는 것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면 제27대 신도회에서 나의 소임은 무엇일까. 먼저 함께하는 도반들이 막중한 책임 속에서 진심으로 자부심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긍심과 보람이 곧 신도회의 화합과 단합을 이루는 힘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도반들에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리고, 소통하고, 설득하고, 협력하여 완수하는 것이다. 회장님과 도반들이 손발을 맞춰 같은 곳을 향해 부지런히 나아가기 위해서는 보이는 곳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곳을 이어줄 가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도반들과 함께 신도들과 불자들이 조계사에서 부처님의 자비와 가피, 성취를 이루는 기도, 기쁨이 되는 불사를 통해 행복한 신행을 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 이다. 소임이 있거나 혹은 없거나 결국 부처님을 찾는 마음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선지식과 좋은 도반은 수행의 절반입니다. 왜냐하면 좋은 길로 인도하여 해탈에 이르게 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아난 존자가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 이렇 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그렇게 말하지 말라. 왜냐하면 선지식과 좋은 도반은 수행의 전부이니라.”

 

조계사와 신도님들과 불자님들께 좋은 도반이 되는 것, 함께 웃으며 부처님의 길을 걷는 것, 이것이 2023년을 맞이한 나의 바람이자 발원이며 부처님께서 나에게 주신 소중한 책임, 바로 나의 진짜 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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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희 (수선화, 제27대 신도회 선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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