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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동명스님의 선禪심心시詩심心

팔 하나 없다고 어찌 좌절하랴

  • 입력 2023.02.27

관세음보살님에게는 천 개의 손이 있다네

바른 눈으로 보면 누구나 관세음보살이지

손 하나 없는 것이 도대체 무슨 걱정인가

아직도 구백구십구 개의 손이 남아 있거늘


觀音菩薩有千手 正眼看來誰不有 

관음보살유천수 정안간래수불유 

一箇雖殘何須嫌 猶存九百九十九 

일개수잔하수혐 유존구백구십구


연담유일(蓮潭有一, 1720~1799), 

「오른손이 없는 나그네에게(贈無右手客)」

 

연담유일 선사가 주석하는 사찰에 젊은 손님이 찾아왔다. 절을 올리는 모습을 보니, 그는 오른팔이 없었다. 손님은 앉자마자 스님께 하소연하듯이 말했다.

 

“스님, 저는 어린 시절 팔 하나를 잃은 뒤로 세상 사는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남들이 다하는 씨름도 못하고 줄다리기도 못하고 자치기도 못해봤습니다. 저를 좋아할 여자도 없을 것 같아 혼인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내가 시 한 편 지어볼 테니, 잘 들어보게!”

 

스님은 바로 위 시를 읊었다.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은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을 가졌다. 수많은 중생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원력을 세우니 손과 눈이 하나씩 늘어나서 각각 천 개에 도달한 것이다. 고통받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관세음보살의 손과 눈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런데 선사의 사상 속에서, 관세음보살은 단 한 분만 있는 것이 아니며, 원력을 세우면 누구나 천 개의 손을 가진 관세음보살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손 한 개 잃었다 해도 아직 999개의 손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장애가 있어도 큰일을 해낸 분들을 우리는 무수히 알고 있다.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의 저자 미국 조지메이슨대 특수교육과 정유선 교수는 뇌성마비로 말과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지만, 학교에서 ‘최고 교수상’까지 수상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녀가 소극적이었던 성격을 바꾼 것은 고등학교 시절 국어선생님으로부터 받은 편지 한 통 덕분이었다. 선생님은 유선에게 “자기 자신의 마음에 스스로 한계를 긋는 일, 그게 장애”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는데, 그 말씀에 한 생각 돌이켜 인생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정유선은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조지메이슨대(학사), 코넬대(석사)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조지메이슨대에서 보조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교수가 되었다.

 

우리는 많은 경우 스스로 본인이 부족하다는 퇴굴심(退屈心)에 사로잡히곤 한다. 능력 이상의 욕심을 부리는 것이 행복의 길에 도움되지 않을 수 있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그것을 해내면 더욱 행복해질 수 있음에도 도전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21세에 루게릭 병을 앓아 점차 온몸이 마비되어 갔지만 스티븐 호킹은 좌절하지 않았다. 몸이 마비되어가는 속도를 늦춰가면서 연구활동을 계속한 결과 그는 아인슈타인 이후 최고의 물리학자가 되었다. 그는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과 눈썹의 움직임만으로 글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놀라운 연구결과를 계속해서 발표했다. 

 

몇십 년을 매일 천배를 하면서 뇌성마비 장애를 이겨낸 「오체투지」의 저자 한경혜의 인생도 장애가 오히려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음을 말해준다. 일곱 살이 되었지만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딸아이를 두고 절망에 빠진 엄마는 성철스님을 찾았다. 성철스님이 내린 처방은 아이로 하여금 매일 천배를 하게 하는 것이었다. 아이는 매일 천배를 20년 이상 하면서 뇌성마비를 이겨낼 수 있었고, 20대 때는 만배 백일기도를 세 번이나 완수하면서 마침내 화가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이들에 비하면 팔 하나가 없는 것은 양호한 편이 아닌가? 피아니스트 최혜연은 세 살 때 오른팔을 잃었지만 왼손 다섯 손가락과 오른쪽 팔꿈치로 당당하게 희망을 연주하고 있다. 연담유일 선사는 젊은이에게 매우 유용한 처방을 내린다. 바로 관세음보살의 삶을 살 것을 권한다. 범인으로 살면 한 팔의 삶이지만, 관세음보살의 삶을 살면 999개의 팔과 손의 삶을 사는 것이다.절 수행으로 뇌성마비를 이겨낸 한경혜의 삶이 바로 관세음보살의 삶이다. 그녀는 실의에 빠진 장애아들을 대상으로 그림을 가르쳤고, 어렵게 공부하는 예비화가를 위한 화실인 ‘작가의 집’을 세워 아이들에게 그림뿐만 아니라 희망을 가르치고 있다.

 

한 손이 없는 이가 관세음보살의 삶을 살면 999개의 손이 있는 셈이고, 두 손이 멀쩡한 이가 관세음보살의 삶을 살면 천 개의 손이 있는 셈이다. 이 시를 통해, 한 손이 없다 해서 좌절할 일 아니고, 두 손이 모두 없다 해도 좌절할 일 아니며, 두 손이 다 있다면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의 삶을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진실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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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스님 (조계종 교육아사리, 광명 금강정사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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