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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 입력 2023.03.27

질문> 작년에 경전공부를 체계적으로 하는 방법에 관한 스님의 글을 잘 보았는데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 경전공부는 하면 할수록 어렵게 느껴집니다. 계속 경전을 봐야하는지 고민도 생깁니다. 또 어떤 스님들께서는 경전공부보다는 참선 수행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셔서 더욱 그렇습니다.

 

답변> 부처님의 가르침은 고통의 세계인 사바세계를 건너가게 하는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경전을 공부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가 본래부터 지니고 있던 지혜를 일깨워 무명(無明)과 번뇌(煩惱)의 삶에서 열반(涅槃)으로 향하게 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경전의 가르침을 통해서 부처님의 지혜가 나의 의식에 온전히 살아 있을 수 있다면 우리의 마음은 저절로 열리고 슬기로워질 것이고 이기적이고 애착 가득한 마음은 깨끗하고 자비롭게 변해 갈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경전공부는 길을 찾는 지도(地圖)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가면 쉽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지만, 지도를 보지 않거나 짐작으로 길을 가게 되면 제대로 도착하기 어렵겠지요. 그러나 지도를 보고 가도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길을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는 인생의 목표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가끔은 인생이 혼란스럽고 어찌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때 필요한 사람은 경험이 있는, 경험이 많은 사람입니다. 스승이 필요한 이유이지요.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지도도 아예 펴지 않고, 또 길을 가지도 않으면서 묻기만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가보지도 않고 묻기만 하면 원하는 목적지에 갈 수 없습니다. 가는 방법을 알았다 해도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간 것은 아닙니다. 아는 것과 해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불교공부가 그렇습니다. 내 자신의 공부와 공부의 경험이 쌓이면 부처님 가르침은 나에게로 좀 더 다가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려워도 계속 공부를 해나가는 것이지요. 경전은 다만 가르쳐줄 뿐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깨달음을 알게 되면 부처님 덕이고 그렇지 못하면 부처님 탓이라고 말 할 수는 없습니다. 지도는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도를 보지 않거나 잘못 보거나 또 제대로 봤다하더라도 실제로 가보지 않아서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의미에서 인생은,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어쩌면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연습이라는 마음가짐입니다. 운전면허를 딸 때 필기시험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실기시험도 봐야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초보운전입니다. 이 상태를 벗어나는 데 실제의 운전연습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처음에 운전이 서툴러서 사고가 났더라도 낙심하고 절망한다면 영영 운전을 할 수 없습니다. 사고는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운전을 잘 할 수 있지요. 어떤 것이 실패입니까? 그만두고 좌절하는 것이 실패입니다. 어렵고 힘들지만 꾸준한 연습을 통해 익숙해지는 것이 더 나은 것처럼, 경전공부도 계속하고 꾸준히 하시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한다는 것은, 업장(業障)에 가려져 있는 불성(佛性)을 일깨우는 것이기 때문에 업장의 두께만큼이나 끝없는 수행의 반복이 요구됩니다. 나의 자각(自覺)을 경전에서 일깨운다고 생각하면 번뇌와 업장이 두터울수록 노력은 계속되고 반복되어야 합니다.

 

질문하신 것처럼 경전공부와 참선을 대비해서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참선수행이 아주 좋은 수행방법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참선수행에 불교의 진리가 무엇인지를 아는 깨달음이 더해지면 훨씬 좋지 않을까요? 다만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이라 하여 문자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그 궁극적 의미를 통찰하라는 가르침은 새겨야지요. 

 

불교가 진리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교리와 수행방법이 보편타당하다는 점입니다. 수행방법은 좋다, 혹은 나쁘다의 분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차이는 있을 수 있으니 잘 살펴보시면 좋을 것입니다. 경전을 공부하면서 마음을 닦아도 참선이고 수행이고, 참선을 하면서 경전을 읽어도 공부고 수행입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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