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조계사 뉴스

조계사보 칼럼

[연재완료] 사색의 뜰

일상생활이 바로 수행이다

  • 입력 2023.03.27
얼마 전 2월 18일부터 2월 28일까지 11일 일정으로 인도를 다녀왔다. 보드가야 부처님 성도지인 마하보디대탑 앞에서 이곳이 부처님께서 깨달은 곳이구나 생각하는 순간 감동과 눈물이 솟구쳤다. 익숙하지 않은 불편한 환경이라는 생각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108배를 하면서도 몸은 날아갈 듯이 가볍고 환희로왔다. 발굴이 다 되지 않아 터만 남은 대림정사터나 기원정사를 둘러보며 부처님께서 이곳 여기저기를 걸으시며 수행하고 설법하셨구나 생각하니 그 에너지가 지금도 남아있는 것처럼 느껴지며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했다. 열반의 땅 쿠시나가라 열반당에서는 가사공양 후 잠시 바닥에 앉아 있는 데 내가 마치 이곳에서 수행하던 수행자였던 것처럼 바로 고요해지고 평화로워졌다. 일행과 함께 움직여야 하는 사정이 아니었다면 이대로 며칠 더 머무르고 싶었다. 부처님 가신 길을 더듬어 찾아가는 여정 자체가 감동이요 감사다. 

 

한국에 돌아오니 부처님께서 걸으시던 길을 돌아보고 왔다는 감동의 여운을 정리할 틈도 없이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없는 사이에 운영하는 업체 직원들 사이가 크고 작은 다툼으로 심각하게 악화되어 있는 것이었다. 함께 일을 하니 못하니 하면서 일시에 나에게 불만을 쏟아내니 정신이 혼미해진다. 


서로 상대가 자신에게 지시 일변도로 행동한다고 느끼면서 생긴 불만이 제일 컸다. 제 3자가 보면 그냥 일하면서 할 수 있는 부탁 같은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것을 ‘지시’로 생각하니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껴지면서 분노가 폭발하는 것이 엄청 놀라웠다. 본인은 일을 하지 않고 이것 저것 시키고 명령하는 걸로 받아 들인다면 누구라도 불만스러울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상대 직원은 자신은 다른 일을 하느라 그 사람에게 그 일을 좀 하라고 부탁한 것인데 서로 도와 일을 해야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함을 쏟아낸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 말도 맞다. 

 

서로 한바탕 다툼을 했는지 감정이 격해져있다. 서로 너의 일이다, 아니다 하면서 상대가 예의가 없어서 함께 일을 할 수 없다고 상호간에 비난한다. 화합하면 행복과 평화가 오고 화합하지 못하면 고통과 전쟁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나의 마음을 잘 전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화합의 중요한 핵심은 ‘첫째, 보는 눈을 바로 한다. 둘째, 보이는 모습을 바르게 한다. 셋째, 잘 교류한다.’ 이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누구를 보든 나의 과거 경험에서 생긴 편견 없이 보아야  하는 데 그것이 바로 부처님이 말씀하신 정견이다. 
둘째는 나는 똑바로 한다고 했어도 상대가 달리 보았다면 보이는 모습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셋째로 교류의 핵심은 상대방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하고 그 사람의 마음에 관심을 갖고 잘 경청해서 상대방을 공감해 주는 것이다. 상대방 마음 알아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말이 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는다.

직장이나 여러 모임에서 만났다하면 서로 웃으며 의논하고 조금 양보해서 필요한 일을 잘 진행시키는 법은 없을까. 여러 사람이 동시에 서로 상대방이 잘못되었다고 흥분해서 나에게 불평 불만을 쏟아내니 이 마음들을 어떻게 받아주어야 하나 참으로 난감했다. 즐겁고 유익하게 하는 일터가 되게 하는 1차적인 책임은 나한테 있다. 서로 상대방이 하는 말을 감정을 실어서 듣고 감정을 넣어서 말하고 있으니 일상적인 언어에도 기분이 나빠지고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말들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다. 그러면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그 마음을 받아주어야 할 것인가. 화합 잘하는 대화 기법은 도대체 무엇일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왜 상대의 마음을 저렇게 곡해해서 고통스러워 하는지 답답하다.
 관계로 이루어진 우리의 삶에 일어난 이 온갖 다툼의 고해를 건널 방법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인정이다. 칭찬이다. 상대방이 잘 하는 것을 잘 관찰해서 애쓴다 고맙다 잘한다 이런 말을 하면 충분하다. 말 한마디 칭찬은 고래도 춤춘다 하지 않는가. 

며칠 전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이 맘에 들지 않아 이것 저것 주의를 줬더니 며칠째 입이 튀어나와 있는 직원을 보니 아차 싶다. 어떤 직원한테는 애쓴다 잘한다 칭찬을 하고 그런데 이 부분은 이렇게 하면 좋겠어 라고 하니 ‘네’ 하고 바로 한다. 또 어려운 일도 본인이 하겠다고 척 나서니 참으로 감사하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드는 걸 보면서 많은 걸 느낀다.

결국 내가 있는 곳의 행불행을 책임지는 사람은 사장도 직원도 아닌 바로 나다. 나의 소임이 엄마면 엄마로 사장이면 사장으로 팀원이면 팀원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내가 있는 곳을 보다 행복하게 할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떤 표정이면 이곳이 환해 질 것인가. 지금 이순간 어떤 행동과 말을 하면 내가 있는 지금 이곳이 최고로 행복한 곳이 될 것인가. 무표정한 몸짓과 환한 밝은 미소 중 어떤 쪽으로 행동하며 살 것인가. 늘 깨어 있으면서 행동해야 하니  처처가 다 수행터요 우리를 배우게 하고 깨닫게 한다.

불법 만난지 40년이 훌쩍 넘어가는 데 여전히 일상에 깨어 있는 것을 놓칠 때가 많다. 그래도 이 만큼 깨어있어서 이미 있는 것들에 대한 감사를 누릴 줄 아니 참으로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다. 나의 부족함을 깨닫는 순간 바로 본래로 행복 해탈로 돌아갈 수 있는 법을 아니 이 또한 불법 만난 복덕이다.

내 삶의 최고의 마중물 부처님 감사합니다.


 

김경숙 (호연, 제27대 신도회 부회장)

저작권자 © 미디어조계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