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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 입력 2023.04.24

질문>  매년 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이웃 종교와 종교인들이 축하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불자들의 마음도 따뜻해지는데요. 그러나 실제 우리 주변에서는 종교적인 문제로 갈등을 많이 일으키는 것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특히 개신교가 그렇습니다. 종종 그들과 종교 문제로 다툼을 하게 되는데 불자로서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합니까?

 

답변> 말씀하신 것처럼 부처님 오신 날 즈음이 되면 이웃 종교에서 부처님 오심을 축하하는 현수막도 달고, 봉축법요식(奉祝法要式)에도 참석해 축하의 인사를 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모습이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면 종교 간의 화합된 모습으로 많은 분이 저절로 미소를 짓지요. 저 역시도 크리스마스와 부처님 오신 날, 서로 다른 종교가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을 보며 마음으로 항상 박수를 보낸답니다. 그러나 종교 간의 화합된 모습이 종교인들 간의 친목 도모를 위한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고통받는 중생들을 위한 선의善意의 경쟁이 되어야겠지요.

 

1994년으로 기억되는데, 영국의 한 대학에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대부분이 기독교도였던 그 모임에 400여 명이 가득 모였다고 합니다. 이날 세미나에서 강연한 분은 티베트의 ‘달라이라마’였는데요. 그 분이 말씀하신 강연의 주제는 ‘선한 마음(Good Heart)’이었고, 내용은 성경(Bible)의 4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가르침이었다고 합니다. 불교의 위대한 정신적 지도자가 다른 종교의 경전을 공부하며 선한 마음에 대해 강조하는 모습에 많은 기독교인이 감동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날 달라이라마는 “모든 종교의 목적이 외형적 교세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 안에 선함과 사랑의, 교회와 절을 짓는 것”이라면서 “다른 종교가 지닌 가치와 필요성에 대해 더 많이 알면 알수록 우리 모두는 이웃 종교를 더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며 인정하게 된다”고 얘기했습니다.

 

진정한 종교의 정신은, 대립과 투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사랑과 자비로서 서로를 존중하는 정신에서 발휘됩니다. 그것이 또한 형제와 이웃, 지역과 민족들 사이에서 발휘되어야 하겠지요. 진정한 종교적 믿음으로 신앙을 한다면, 바로 우리 주변의 모든 이웃들을 정성으로, 편안하게, 사랑과 온유한 마음으로 겸손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종교는 저마다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세속적인 가르침과는 구별되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모든 종교인이 보다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기를 염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불교인들이 훨씬 더 노력해 주시면 좋겠지요.

 

그러나 말씀하신 것처럼 아직도 주변에서는 종교 간 몰이해와 비상식적인 선교 등의 활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많습니다. 특히 개신교 신자들의 경우가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군(軍)에 군종장교(軍宗將校)로 복무할 때, 종교적 기념일에 서로를 방문하면서 축하해 주는데 천주교와 불교의 교류가 많고 개신교와는 항상 긴장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신도들 중에는 신부님과 스님들이 독신(獨身)이라 서로를 잘 이해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분들은 틈만 나면 개신교의 우월성을 얘기하는데, 마치 골목에서 아이들이 골목대장 노릇하듯 싸우고 막무가내로 자기 얘기만 합니다. 그러나 종교의 우월성은 종교 자체로 판단하기보다는 그 종교를 신앙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누가 더 자비한 마음과 포용력을 발휘하느냐가 그 종교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종교가 다르다고 헐뜯고 비방한다면 스스로 자기의 종교 수준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격이 되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말씀 보탠다면, 저는 불자님들께서 종교나 불교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교리(敎理)적인 설명보다는 “불교를 믿어서, 지금 행복하다.” “부처님 가르침으로 삶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는 말씀을 꼭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모르기 때문에 지금 열심히 공부 중”이라는 겸손의 말씀도 덧붙이셨으면 합니다. 중요한 것은 경험과 종교적 실천이지 책이나 정보로 얻는 관념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더라도 얼마든지 조화롭게 살 수 있음을 알려주시고, 그렇게 살겠다고 말씀해 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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