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 불교 공부를 하면서 가까운 분들에게 불교를 많이 알리고 싶은데, 잘 되지 않습니다. 특히 가족이 그렇습니다. 언젠가 가족 간의 종교적 갈등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는데 가족에게 전법하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특히 아이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전할 수 있으면 합니다. 부모가 강제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 아이들만큼은 불교를 꼭 믿게 하고 싶습니다.
답변 > 보통 자기의 종교적 믿음을 남에게 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까운 이웃과 가족들 먼저 포교하라고 하지만 남에게 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느낍니다. 다른 종교인들처럼 믿음을 권하는 일에 불자들은 익숙해 있지도 않고, 또한 가족들 사이에는 다른 문제도 많이 얽혀 있기 때문이지요. 가정마다 다른 특징, 상황이 있어 꼭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말씀드려 봅니다.
우선 가까운 분들, 특히 가족에게 포교할 때는 무엇보다 본인이 부처님 말씀을 잘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저는 가끔 누구를 위해 기도해야겠다는 분들을 만나면 우선 자기를 위해 기도하라고 합니다. 내가 바로 서고 확실해야 남을 위해 기도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부터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확고한 신심(信心)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다음은 가정을 수행(修行)하는 도량(道場)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불교의 저변이 확대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신앙과 생활이 분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불교의 수행은 고요하고 깊은 산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고 영험한 기적(?)으로 증명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 삶의 터전인 가정이 정법(正法)을 실천하는 도량으로 거듭나야겠지요. 말로만 좋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닌, 몸과 마음의 정성을 모아 가족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염불하면 좋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불교를 전하는 일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아이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사람은 부모입니다. 그 관계를 통해 신뢰하고, 따르고 배웁니다. 의외로 종교를 선택하는 동기나 계기가 모태(母胎) 신앙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불교를 전하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부처님께서 아들 라훌라를 출가시킨 후 깨닫게 하는 과정에서 보여주신 방법입니다. 경전에서는 부처님께서 어린 라훌라를 위해 ‘대야에 담긴 물’을 가지고 법문해 주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부처님께서 아이들을 위해 말씀하신 대표적인 가르침이지요. 우리도 부처님처럼 아이들에겐 아주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가면서 설명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인 얘기보다 훨씬 효과가 좋습니다.
다음은 아이들을 위해 부모가 가정에서 부처님의 사섭법(四攝法) 같은 가르침을 일상의 모습 속에 보여주고, 적용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사섭법은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수행의 덕목 중 하나로 보시섭(布施攝), 애어섭(愛語攝), 이행섭(利行攝), 동사섭(同事攝)을 말합니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베풀어 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베풀고(보시섭), 항상 칭찬하고 다정하게 진실한 말을 건네고(애어섭), 나의 어떤 행동이 아이들에게 이로울 것인가를 고민하면서(이행섭), 아이들이 하는 행동을 이해하고 동참해 준다면(동사섭), 아이들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부모를 따를 것이라고 믿습니다.
업연중생(業緣衆生)이라고 했나요? 가까이 있는 인연을 따라가는 것이 사람의 모습입니다. 하루에 한 가지라도 가족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구체적인 삶을 살아본다며 가족의 포교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흔히 사람으로 태어나기 어렵고, 부처님 법 만나기는 더욱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사람으로 태어나서 좋고, 부처님 법을 만나서 좋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모를 때는 몰랐지만 불교와 인연을 맺고 난 후 부처님 가르침이 너무 좋아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가족들에게는 더욱 그렇지요. 아직은 마음만 있는지 모르지만, 꼭 용기를 내어 포교하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한 명의 불자가 다른 사람 한 명에게 부처님 말씀을 전할 때 불교의 저변은 넓어지고 세상은 자비와 광명이 넘치는 보다 나은 세상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