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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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인을 위한 동안거~ 8번째 사경수행
생활인을 위한 동안거 (수행법 대강좌 결제)
ㅡ겨울나무에서 봄나무에로(8) ㅡ
사경 수행법 ~ 김 경호(한국전통사경연구회 회장)
2004년 1월 20일은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인 설날을 앞두고 열리게 되는 사경 수행법에 관한 강좌를 김경호씨(한국전통사경연구회 회장)를 모시고 듣게 됐다. 설 연휴와 함께 펑펑 내린 함박눈, 그로 인해 조계사의 밤과 경내는 하얀 세상으로 덮혀 있었다.
“날씨가 춥습니다. 더불어 명절과 겹쳐진 바쁜 중에도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경이 체계적인 정립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경이 붐이 일어 많은 분들이 하고 있습니다. 오늘 강의에서는 대략적인 것들, 소홀히 하면 안 되는 것들, 잘못 흘러가고 있는 것들을 짚어보고자 하며 사경의 중요성을 말하고자 합니다.”
어떠한 방법이 여법한지, 견성성불의 길에 오를 수 있는지와 다른 수행법과 다른 부분에 대한 것들을 강의했다.
“사경은 다른 일반적인 수행법과는 다른 특성을 지니며, 사경수행을 통한 하나의 결과물이 눈앞에 펼쳐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외적인 면에 치중하다 보면 내면의 공동화, 혹은 황폐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형식과 내용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통일신라시대부터 사경을 해왔지만, 명확한 개연성이 없어서 그 부분에 대한 체계화를 하는 것이 평생의 작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경 시에는 2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째는 분량을 정해 놓고 사경을 하는 방법과 둘째는 기간을 정해 놓고 사경을 하는 방법입니다. 이 두 가지 중 자신과 가장 적합한 것을 택하되 부처님과의 약속인 만큼 태만히 하지 말고 꾸준히 해야 합니다. 매일을 지속적으로 100일, 1000일 등 기간을 정해 놓고 사경하면서 기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적은 분량을 하더라도 이것이 쌓일 때에 수행의 공덕이 훨씬 커집니다. 그러다 보면 자아가 소멸되면서 모든 업장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우주법계에 부처님 말씀만이 충일하게 됩니다. 그리고 참선법으로 분류하자면 간화선보다는 염불선, 혹은 묵조선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붓글씨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붓 끝에 마음이 모아져야 수행이 되며, 그 마음이 사경으로 스며들게 됩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사경에 엄청난 기(氣)가 배이게 됩니다. 호흡이 거칠게 되면 잡념을 불러들이게 되므로 자연스런 호흡을 하고, 기교는 부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단전을 통해 그 마음을 한 곳에 모을 수 있어야 합니다. 흐트러진 마음은 변견에 떨어짐을 의미합니다. 펜글씨로도 사경을 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수행이 아니라 신행적인 측면을 띄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요즘은 일자일배나 일자삼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호흡이 불규칙하여 마음을 산란하게 하고 흩어지게 하여 고요한 마음을 방해하므로 사경의 수행법으로는 옳지 않다고 하셨다. 절을 하게 되면 법신사리를 조성하는 수행을 하면서 또 다른 상을 만들어 거기에 절하는 것이 되니 중복된다는 것이다.
“부처님 복장물에는 사리를 대신하여 사경을 모시기도 합니다. 수행의 첫째는 부처님 말씀을 무조건 믿고 따르는 것입니다. 공덕을 쌓는 것이 묵은 업장을 소멸하고 새로운 불연을 생성하는 지름길이며 수행으로서의 사경에 앞서 공덕을 쌓기 위한 필수적인 하나의 과정입니다. 기도에는 참회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악업의 진정한 반성을 하고 죄를 소멸하여 마음을 맑게 비워야 부처님 말씀이 마음속에 받아들여지고 사경이 가능해 집니다. 이렇게 되어야 기도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즉 비워진 마음에 부처님의 말씀이 담기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기복신앙은 삿된 길로 빠질 수 있으니 부처님의 정법은 기복신앙이 아니라 수행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가족, 이웃, 인류를 위한 마음을 갖는 것으로서 정법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입니다.”
공양의 측면으로서도 받아들여지며 불교의 공양은 부처님 재세시부터 있어 왔고, 불 ․ 법 ․ 승 삼보께 올리는 것을 대상으로 한다. 많은 공양 중에서도 최고의 수승한 공양물은 법공양이라 하여 사경을 들 수 있다고 했다. 사경시의 간경에 있어서도 경전을 눈으로 보고, 입으로는 읽음으로서 귀로는 법음을 듣고 마음속으로는 부처님 말씀을 깊이 새김과 동시에 손으로는 경전을 종이에 써 나가는 5감으로 불법을 체득하는 사경은 수행의 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머릿속에서 그 구절들이 떠올라야 부분 부분의 깨달음이 열린다고 한다.
사경을 하기에 앞서 미리 독송하는 것은 필수적인 신심의 발로이며 사경수행 후 이루어지는 독송은 부처님 말씀을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겠다는 서원과 함께 오 ․ 탈자의 확인도 의미한다. 사경이 이루어지면 사경함에 봉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신다. 많은 사람들이 사경 후에 소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옳은 방법이 아님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소각하는 의미는 사성에 따른 아상을 갖지 말라는 것과 그나마 놓아버리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알아야 하니, 그렇지 않다면 경함이나 경합, 경통에 봉안하면 되고, 깨끗하고 하얀 함에 봉안하여도 무방하다. 깨끗한 함을 만들어 차곡차곡 쌓아두면 된다. 따라서 1가정 1점 이상 봉안하는 생활화가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마음만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상징성만 있다면 집안에 불단을 꾸며도 된다고 하셨다. 다만 지극한 정성으로, 마음을 모을 수 있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부처님 말씀을 한 글자, 한 글자 옮길 때의 마음은 지극해야 하며 의식과정은 간단히, 사경 도구는 가장 청결하고 깨끗하게,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 했다. 삼귀의는 제일 먼저 하고, 입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경 후 회향(사홍서원이나 사경발원문 등)을 하고 마치는 것이 좋다. 혹, 잡념이 밀려올 때나 마구니들이 침범할 때는 조심하고, 이럴 때에는 다시 입정시간을 갖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무리한 경전은 피하는 것이 좋을 뿐 아니라 화엄경, 법화경을 사경하는 것보다 불(佛)자 한자만을 쓰더라도 정성과 마음이 중요하며 초보자에게는 짧은 다라니나 혹은 게송, 반야심경 등을 사경하는 것이 좋다. 여래십대 발원문, 의상조사 법성게, 나옹선사 발원문, 항마진언, 관세음보살모다라니 등과 같은 짧은 것에서부터 비롯하여 진척이 있게 되면 아미타경, 천수경, 금강경, 지장보살본원경 등으로 분량을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행시의 사경은 경전의 길고 짧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마음과 정성이 다해야 하는 깊이가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경시의 자세는 가장 편안한 자세로 호흡을 고르게, 오 ․ 탈자없이 쓰되 책상에 배를 대지 않고 바른 자세로 하는 것이며, 더욱 중요한 것은 마음의 조복을 받는 것이라고 강조하셨다. 붓은 곧게 원추형으로 끝이 모아져야 한다. 호흡시 점획이 흔들릴 때에는 잠시 멈추고 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다보면 부지불식간에 호흡이 이루어져서 획이 흔들리지 않게 된다.
“궁극적으로 깨달음에 머물지 말고 나아가서 이웃에게 되돌려 주는 회향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사경하기 전에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음식조절, 수면조절, 몸조절(편안한 자세), 호흡조절, 마음조절입니다. 그 밑바탕에는 신심이 있어야 하며, 그러한 마음으로 사경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사경실은 가능한 외부인의 출입이 없는 곳으로 택하고 통풍이 잘 되면서도 햇빛이 잘 들어오는 환한 곳으로서 직사광선을 피하는 곳이 가장 적당하다. 굳이 크지 않아도 좋으나 되도록이면 전용 사경실을 따로 두되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한 장소를 지정해서 사용한다. 그 곳은 사경만 하는 것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말씀으로 새해 전날의 깊어가는 강의를 마쳤다.
『현재 사경지도자 과정을 모집하고 있으며 이에 관심이 있는 분이나 불자께서는 아래로 문의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또한 사경을 하고 있는 분, 강의 시 궁금했던 것들, 더 자세히 설명을 듣고자 하는 분들은 아래 전화번호를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전화 : 02-733-8334, 핸드폰 : 018-207-7186
생활인을 위한 동안거 (수행법 대강좌 결제)
<봄나무에서 겨울나무에로>
ㅡ 사경의식 ㅡ
서예의 9생법이라는 것이 있다.
글씨를 쓸 때에 살아 있어야 하는 아홉 가지 조건을 말한다.
1. 깨끗이 빨아 정돈된 좋은 붓
2. 신선한 종이 (구겨지거나 탈색되지 않은 종이)
3. 깨끗한 벼루 (먹 찌꺼기가 남아 있지 않은 벼루)
4. 깨끗하고 좋은 먹 (향이 있으면서 곱게 갈리는 먹)
5. 깨끗한 물 (신선한 물)
6. 피로하지 않은 손과 팔
7. 피로하지 않은 눈
8. 피로하지 않은 맑은 정신
9. 최적의 주변환경
이렇게 조건이 갖추어지면 사경소로 나아가 사경할 것을 제시한다.
(이발, 면도, 목욕 후 깨끗한 옷을 갈아입은 후...)
개인 사경 의식
1. 주변을 깨끗이 정돈 (이 때 독경 테이프나 범패를 듣는 것도 좋다.)
2. 깨끗한 필묵을 준비한다.
3. 향을 사른다. 4. 몸과 마음을 바로 한다.
5. 삼귀의를 독송한다. 6. 사경발원문을 낭송한다.
7. 삼배를 올린다. 8. 사경하고자 하는 경전을 독송한다.
(저본 경전에 삼배를 올려도 된다.) (내용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9. 입정시간을 갖는다. 10. 사경을 한다.
(최소 5분 이상...) (사경하면서 경전의 내용을 다시 마음에 되새긴다.)
11. 발원문과 회향게, 사성기를 적는다.
12. 오자 ․ 탈자를 확인하며 사경한 경전을 독송한다.
13. 사경발원문과 회향문을 독송한다. (회향의 의미)
14. 사홍서원을 독송하고 삼배를 올린다.
15. 사성한 경전을 사경함엥 봉안한다. (이는 사경의 기간이 끝난 후에 하면 될 것 같다.)
대중 사경 의식
(대중이 함께 모여 사경법회를 개최하거나 장엄하게 하기 위한 절차 의식)
첫째, 약식 의식
1. 삼귀의
2. 입정
3. 사경
4. 사홍서원
둘째, 일반식 의식
1. 삼귀의 2. 반야심겨 독송
3. 사경참회문 독송 4. 사경발원문 독송
5. 입정 6. 사경
7. 사홍서원
셋째, 장엄한 의식
1. 삼귀의 2. 반야심경
3. 사경발원문 독송 4. 사경참회문 독송
5. 항마진언 독송 6. 십념염불 (혹은 시방염불) 독송
7. 사경관념문 독송 8. 사성할 사경 독송
9. 입정 10. 사경
11. 사경 봉독(반야심경의 경우 생략) 12. 사경회향문 독송
13. 사홍서원 14. 사경함에 사성한 사경 봉안
사경시 부득이 중단했을 경우에는 다시 입정의 시간을 갖는다.
입정을 통해 마음을 가다듬지 않으면 집중이 흐트러지고 오 ․ 탈자가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이는 사경시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했을 때에 행하며 잡념이 들거나 마구니 등이 침범했을 때에 시행한다.
이 때에는 잠시 전화기를 꺼두는 것도 좋다.
시간을 정해 놓고 하는만큼 다른 장애물이 끼어들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도록 한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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