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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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발식당의 공양주 임장순(보현화), 김수자(여래심) 보살님
조계사 뜨락에 자목련과 백목련이 살포시 피었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나른한 오후. 하얀 밥 풀꽃을 퍼내는 어머니 두 분이 계십니다. 만발식당 공양주 보살님 두 분. 임장순(보현화)과 김수자(여래심) 보살님. 조심스럽게 오늘 이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삶이 흔들리고 힘들 때 두 분은 처음 만났습니다. 갑작스럽게 닥친 현실 속에 서로 봉사활동을 하며 안정을 찾았고, 그 인연. 부처님 도량의 인연으로 십년을 함께 해오는 도반이 되었습니다. 두 분은 만발식당에서 일하신지 횟수로 6년째.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조계사에서 함께 하며 얼굴 붉힘 없이 지내 온 하나. 그것은 늘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라 생각됩니다.
임장순 보살님은 김수자 보살님의 어깨를 두드리며
“동생이 아니 도반이 고생해요. 음식을 얼마나 잘 하는지... 난 음식을 못하는데 남들이 맛있다 인사하면 그 인사는 내가 다 받지. 히히히.”
“아이고 무슨... 나도 하는 것 없는데...”
“그리고 혼 날 때... 아주 간혹 그럴 댄 나이가 많다고 부담스러워 이 도반이 대표로 받아. 난 이 도반 덕택에 아주 편해요.”
“형님도 별 소리를... 나한테 얼마나 힘이 되는데... 근데 재밌어요. 즐거워요.”
쑥스럽게 입을 떼는 김수자 보살님.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눈빛에 묻어납니다.
두 분은 만발식당에 일하면서 한 번도 짜증이나 힘들다 푸념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부처님 도량에 와 좋고, 365일 즐겁기만 하다는 두 분. 법회, 재일이면 3,000여명이 넘는 공양을 책임지는 것이 천원 한 장 한 장 세는 것보다 밥 한 그릇을 푸는 즐거움. 이것이 행복이라고 합니다.
“밥 줄 때 꼭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읊어요. 정성을 담아 주고 싶고, 밥을 받는 모든 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김수자 보살님의 말을 이어 임장순 보살님이 살짝 웃으며
“난 국 끓이며 기도하는데... 이 도반은 기도를 열심히 해요. 참회기도 만 배 하고 있는데... 배울점이 너무 많아. 창피? 배우는 것에 나이가 어딨고, 창피가 어딨어요? 배우고 또 배워야지요.”
여력이 되지 않아 삼천배 기도중이라는 임장순 보살님은 김수자 보살님이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삼천배 기도 중 유미죽을 끓이고, 새벽에 뒷정리를 하시며 수저를 삶고 계시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도 보았습니다. 어느 것 하나 깨끗하지 않은 것 없는 공양간. 아무리 일을 해도 몸 살 한 번 나지 않는 근기는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누나! 언니!”
노숙자들의 인사를 받을 때면 힘이 쏟고 보람이 난다는 두 분.
“잘 하자. 잘 하자. 부처님 잘 하겠습니다. 언제까지나 부처님이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두 손 모아 되내이는 두 분 앞에 때늦은 공양을 찾는 신도. 벌떡 일어나 밥풀꽃을 담고 잎을 띄우는 공양간의 어머니. 두 분의 환한 웃음에 목련꽃잎이 떨어집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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