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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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사 선원 대중공양
불기 2550년 7월 20일 6시 30분, 조계사 신도회에서는 고불총림 백양사 운문선원으로 기획국장 법천스님을 모시고 이대각심 신도회장 등 신도대중이 동참한 가운데 제3차 하안거 선원 대중공양을 다녀왔다.
대중공양의 유래는 부처님 당시부터 재가신도들이 비구들에게 공양을 바친 데서 유래한다. <사분율> 제 13권에서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공양을 베풀고 공덕을 묻는 재가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공양을 베푼 것은 복이 매우 많다. 이는 하늘에 나는 원인이다. 비구들이 너에게 한 덩어리의 밥만을 먹더라도 그 복덕이 한량없느니라.”
이렇듯 스님들께 공양을 베푸는 것은 더없이 큰 공덕에 속한다. 이 공양이 발전하여 최근에는 결제철 선방 대중공양이라는 독특한 풍습이 생겨났다. 한국불교의 수행 가풍을 되살리기 위해 나섰던 해방 후의 봉암사 결사에서 개인공양을 대중공양으로 전환하는 결정을 한다. 요즘은 메뉴도 다양해져 피자, 빵, 자장면, 카레 등을 대접하기도 하는데, 피자는 특히 비구니스님들에게는 인기 최고 품목이라고 한다.
지리하게 계속되던 장마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드넓은 대지는 언제 그랬었냐는 듯이 녹음을 뽐내며 한층 더 푸르른 가운데, 지금 서른 분이 넘는 대중스님들이 치열하게 정진중인 고불총림 백양사 운문선원으로 버스는 출발을 했다.
백양사 절 초입의 물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굴참나무 숲길은 특히 유명하다. 그러나 비가 흩뿌리는 관계로 운치는 뚝딱 잘라먹고 냉큼 버스는 우리를 쌍계루에 내려주었다.
백양사를 껴안은 백암산(741m)에서 흐르는 두 계곡의 물이 합쳐지는 곳에 자연석으로 계곡을 막아 연못을 만들어 놓았다. 여기서 물줄기도 바쁜 흐름을 멈춘 채 잠시 쉬어간다. 그 연못가에 누각을 세우고 두 계곡이 합쳐지다고 하여 쌍계루라 이름지었다고 한다. 특히, 쌍계루는 백양사의 누각의 백미로 꼽힌다.
천왕문에 들어서면 마당 한 가운데 범종각이 있고 또한 범종각 안쪽으로는 단층의 누각인 우화루가 있고, 우화루 안쪽에는 남향한 대웅전을 중심으로 그 맞은편에는 명부전이 있고, 대웅전과 명부전 사이의 오른쪽으로 칠성각과 진영각, 극락보전이 마당 안쪽을 향해 나란히 자리하고 있으며, 그 외 대부분은 선도량(禪道場)이라 속인들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 이처럼 백양사는 의외로 수수하고 아담하다.
대웅전 뒤로는 백암산 백학봉(722m)이 기운차게 솟아있다. 학이 날개를 펴고 있는 듯한 형상의 백학봉은 백암산의 대표적 암봉인데, 육당 최남선도 ‘흰 맛, 날카로운 맛, 맑은 맛, 신령스런 맛이 있다.’며 극찬했다고 한다. 눈 쌓인 백양사가 가사, 장삼을 차려입은 고승대덕을 닮았다면 비오는 여름의 백양사는 선방에서 치열하게 정진중인 수좌의 모습과 닮아있다. 구름에 휘감겨 있는 백학봉은 신기롭기 그지없다. 대웅전 안에는 최근에 새로 조성된 석가모니불이 중앙에, 협시인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좌우에 봉안되어 있다. 1400년 만에 처음 불사로 조성된 석가모니 부처님은 고려시대의 후덕한 부처님의 상호를 가졌으며 경주 토함산 석굴암 부처님처럼 검지로 장난치고 계신 듯 여유로움이 베어 나온다. 아마도 악마를 제압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이리라.
백양사에 도착하자마자 대웅전에서 바로 예불이 이어졌다. 11시 반부터는 조계사 불자들을 위해 직접 운문선원 유나 (유나 : 유나는 방장이 위촉하며 총림 대중의 화합과 질서를 위한 승규를 관장한다.)스님께서 일부러 백양사까지 걸음을 하셔서 값진 법문을 해 주셨다.
“한 달 내내 비가 한 번도 그치지 않고 계속 왔다. 이것은 우리의 업이 두터워졌기 때문이다. 한 두 사람이 지은 업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지은 업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불자님들은 마음을 닦아서 청정하게 해야 한다.
오늘 아침에 참선을 하고 있는데 새 떼가 한차례 하늘로 날아가더라, 그대로 앉아서 다시 참선에만 정진중인데 다시 비둘기 떼 한 무리가 날아가더라,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마침 전화가 와서 ‘아차! 내가 정신이 없구나!’하고 알았다. 엊그제까지 만해도 기억했었는데, 오늘 조계사 불자님들이 온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마음이 가라앉으면 가끔 그런 일이 있다. 선(禪)이란 정(定)과 혜(慧)의 결과로, 이를 일러서 선이라 한다. 근본바탕, 중생의 본의 각성, 본래 그 자리, 부처님의 지혜에 따라 드러나는 자리는 자성이다. 그 자리를 닦기 위해 깊이 들어가는 것이다.
‘나 같은 중생이 어떻게 부처가 되나’, 내가 부처이고 보살인데 ‘나는 중생이다’라고 생각하고 포기하면 영원히 성불을 못한다. 스님이 닦는 것도 다 우리를 위한 것이다. 스님 속에 우리가 들어있고 우리 속에 스님이 들어있다. 물질적인 나눔과 동시에 정신적인 나눔이다.”라고 하시며 우리 불자님들이 얼마나 큰 복을 짓고 있는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셨다.
그리고 1400년 만에 처음 불사로 대웅전에 봉안된 석가모니 부처님의 아름다움을 역설하시며 조계사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삼존불을 모시는 불사에 대해서도 축원을 해주셨다.
비가 내리는 백양사는 먹물진한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켰으며, 법당에 옹기종기 모여서 유나스님의 법문을 듣는 우리 불자님들의 얼굴은 새로 조성된 부처님의 상호만큼이나 해맑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오늘 불자님들이 쌓은 좋은 공덕으로, 부처님의 가피를 입어 비를 피해 다니는 신기하고도 기분 좋은 선원대중공양이었으며 이대각심 신도회장의 재치로 한바탕 웃으며 회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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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산(白巖山) 고불총림(古佛叢林) 백양사(白羊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8교구 본사이다.
백양사는 백제 무왕때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명찰로 본래 이름은 백암사(白巖寺)였고, 조선 선조때 환양선사가 영천암에서 금강경을 설법하는데 수많은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고 한다. 법회가 3일째 되던 날 하얀 양이 내려와 스님의 설법을 들었고 7일간 계속되는 법회가 끝난 날 밤, 스님의 꿈에 흰 양이 나타나 ‘나는 천상에서 죄를 짓고 양으로 변했는데 이제 스님의 설법을 듣고 다시 환생하여 천국으로 가게 되었다’고 절을 하였다고 한다. 이튿날, 영천암 아래에 흰 양이 죽어 있었으며 그 이후 절 이름을 백양사(白羊寺)라고 고쳐 불렀으며 자신의 법명도 그때 환양(喚羊)이라고 고쳤다고 한다.
총림(叢林)이 되기 위해서는 승려들의 참선수행 전문도량인 선원(禪院)과 경전 교육기관인 강원(講院), 계율 전문 교육기관인 율원(律院)을 모두 갖춘 사찰을 지칭하는 말로, 현재 조계총림 송광사와 해인총림 해인사, 영축총림 통도사, 덕숭총림 수덕사, 고불총림 백양사 다섯 곳 밖에 없다.
고불총림 백양사는 우리나라 5대 총림답게 각진국사, 만암대종사, 서옹종정 등 이름난 고승대덕스님들을 배출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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