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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단체 탐방- 소임본부 신행상담팀

  • 입력 2013.06.25
  • 수정 2024.11.24

행복한 조계사를 만들어가는 참 행복한 사람들

 

▲ 신행단체 탐방- 소임본부 신행상담팀


언젠가 전남 강진의 김영랑 시인 생가에서 뜨락에 가득 핀 모란꽃의 우아함과 그 그윽한 향기에 흠뻑 취한 적이 있었다. 그때 모란꽃에는 본디 향기가 없어 나비가 찾지 않는다던, 선덕 여왕과 관련된 옛이야기가 떠올라 잠시 갸웃했었다. 꽃의 여왕이라 불릴 만큼 품격 높은 모란이 품종 개량으로 이제 향기까지 얻었다 하니, 금상첨화라 할 수 있겠다. 옛 우정총국 터에 흐드러지게 핀 모란의 향이 일주문을 넘나드는 초여름, 봉사할 수 있음을 행복해 하는 사람들, 소임본부 소속 신행상담팀을 만났다.

 

신행상담팀(팀장 최진순 대원행)에는 매일 7명의 봉사자가 필요하다. 그것도 아침 10시부터 저녁 5시까지 꼬박 7시간을……. 크게 세 분야, 즉 불자 남녀를 부부로 맺어주는 좋은 인연 ‘가피’, 조계사 민원실, 조계종총무원 민원실로 나뉘어 봉사하는데, 한 사람이 요일별로 일주일에 한 번씩 정해진 요일, 정해진 분야의 봉사를 맡는다.

좋은 인연 ‘가피’(이하 가피)에는 매일 3명의 봉사자가 있어야 하고, 민원실에서는 각각 2명씩 즉 4명이 전화 상담을 맡고 있다. 그렇게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6일간 꼭 필요한 인원만 최하 42명, 일이 있어 빠질 경우를 계산하면 최하 50명은 있어야 한다. 이 정도면 웬만한 중소기업 규모라고 할 수 있다.

 

가피로 이끄는 좋은 만남, 좋은 인연들

현재 신행상담팀 총 팀원은 52명, 해마다 9월경에 신행상담팀에서 시행하는 상담교육을 통해 후보자들이 배출되지만 면접을 거쳐 선발되는 인원은 그리 많지 않다. 중도에 그만두는 봉사자들이 있어 50명 선을 유지한다는 게 최진순 팀장의 설명이다.

신행상담팀에서 봉사하려면 기본교육을 마친 조계사 신도로서 상담교육을 받아야만 자격이 생긴다. 상담교육은 9월 중순경에 개강하며, 전문 강사를 초빙해서 일주일에 두 번씩 12주 동안 총 48시간 진행된다. 올 9월이면 15기가 개강되므로 17~18년(도중에 2년 정도 개설 안 함) 이어진 셈이니, 신행단체가 주도하는 교육으로서는 꽤 역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얼핏 생각하면 봉사하겠다는데 웬 조건이 그리 까다로운가 하겠지만 그게 그렇지 않단다.

“봉사에 대한 마음자세가 중요해요. 그런데 그게 마음만 앞서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교육받으면서 자기가 왜 봉사하려고 하는지 한번 더 점검하게 되고, 상담에 필요한 기본 지식도 배우고 익히는 시간이 필요해요. 전문 강사들에게 상담자가 갖춰야 할 마음가짐, 말투와 몸가짐, 인내심, 책임감, 화합의 필요성 등을 배워야 합니다. 더불어 조계사에 대한 애정도 굉장히 중요한 전제조건이 되지요.”

이런 사전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봉사하면서 무책임하게 연락 없이 빠지거나 중간에 그만두기 쉬워 다른 봉사자들에게 피해를 준단다. 팀장으로서 가장 어려운 점 역시 이런 경우라고 최 팀장이 덧붙인다.

불자가정 만들기가 가장 큰 목적인 좋은 인연 ‘가피’는 3년 전까지 ‘청실홍실’로 운영해 온 혼인상담소다. 현재 가입 회원이 2천 명에 이르는데, 상대적으로 남자 회원이 훨씬 적어서 고민이다. 신도카드가 있는 조계사 신도여야만 가입할 수 있다.

고정으로 ‘가피’만 담당하는 봉사자는 약 20명. 재밌는 것은 이런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주선하면 성사율이 더 높다는 것이다. 평균 두 달에 한 쌍 정도가 결혼까지 이르러 일 년이면 6~7쌍의 불자가정이 탄생한다. 얼마 전 한 쌍이 9월에 혼례식을 올리기로 했다는 소식에 요즘 ‘가피’ 분위기가 생기로 넘친다.

민원실 봉사는 두 곳, 총무원과 조계사로 나뉜다. 주로 전화 상담으로 이뤄지는데 온갖 세상살이가 전화기를 타고 흘러넘치는 곳이 민원실이다. 불교 교리 문의부터 불교계 사건 사고까지, 총무원 민원실은 종단 차원의 사회적 사건이 터지면 온갖 욕설을 실컷 얻어먹기도 한다. 봉사하는 마음과 인내심 없이는 견디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사중 신행상담실에서도 주로 전화로 상담이 많이 이뤄지지만 복잡하거나 깊이 있는 상담을 원하는 경우는 매주 목요일 상담전문가인 혜타 스님이 직접 상담에 나선다. 전화로 상담시간을 정하고 면대면 상담을 하는데, 교리를 비롯해서 가족 간의 종교 갈등, 고부 갈등, 자식 문제 등 온갖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들의 고민과 하소연을 듣다 보면 ‘아, 이곳이 바로 수행 터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는 게 신행상담실 봉사자들의 소감이다.

 

▲ 신행상담팀에서는 전화상담과 함께 면대면 상담을 병행하고 있다

 

원효 스님의 〈발심수행장>에는 이런 가르침이 있다.

“지혜와 실천이 잘 갖추어진 것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고, 나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는 것은 바로 새의 두 날개와 같느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아무리 많이 배우고 외워도, 그날그날 세상을 살면서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말씀이다. 한쪽 날개만 있는 새가 날 수 없듯, 수행만 하고 실천이 없다면 진정한 부처님 제자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나와 남을 이롭게 하는 실천, 그것이 바로 불자로서의 완성이며 금상첨화며, 화룡점정이 아닐까?

오늘도 세상살이의 많은 일들이 전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신행상담실. 그들의 큰 수고와 헌신이 있어, 조계사는 오늘보다 내일이, 내일보다 모레가 더 행복할 것이다.

 

[잠깐 인터뷰]  최진순(대원행) 팀장

 

▲ 신행상담팀장 최진순(대원행)


지금 하는 이 일이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를……

조계사와 자신의 인연이 참 희유하다는 최진순(대원행) 팀장은 조계사에 다닌 지 26년이 된 고참 신도다. 1988년 우연히 절 앞을 지나다가 일찍 세상을 떠나 꿈에도 그리던 어머니의 성함 두 글자와 절 이름이 같다는 데 끌려 신도가 되었다. 그의 조계사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그 콩깍지는 아직도 그대로다.

“신행상담팀 일은 딸 때문에 하게 되었어요. 혼인한 지 7년 만에 기도로 얻은 딸에게 요샛말로 ‘올인’했다가 상처(?)받고 힘들어 할 때 딸이 바깥일을 찾아보라고 권하더군요. 때마침 상담교육 안내문이 눈에 띄어 교육받고 2007년부터 신행상담실 일을 시작했어요.”

스물넷에 어머니 천도재를 계기로 불자가 된 최 팀장은 아가씨 때부터 지장재일과 관음재일 등 재일을 챙기는 특이한 신자였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방송국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늦게 가정을 꾸려 금쪽같은 딸만 보고 살았다. 딸에 대한 기대와 욕심을 버리기까지 3년을 울다가 그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딸은 그에게 최고의 스승이 되었다. 그때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행복하자.’

“이 세상에 온 건 자신만을 위한 게 아니라 남을 위한 것이기도 해요. 부처님 법을 배웠으면 그것을 몸으로 실천해야죠. 그게 제게는 봉사예요. 지혜를 배웠으면 나도 이롭고 남도 이로운 자리이타행을 실천해야죠.”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조계사가 고맙고 그것이 자신의 행복이라는 최진순 팀장은 매일 아침 대웅전 부처님께 ‘지금 하려는 이 일이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 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한다. 매일, 다만 물이라도 부처님께 공양하며 참배하다 보니 그런 그를 자주 본 법당 보살들이 그가 맨바닥에서 절할 때면 자기 방석을 깔아주곤 한다.

그는 올 2월 팀장을 맡고 석 달간은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고 한다. 아직도 자신은 없지만 부처님이 앉게 해주신 자리이니만큼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힘을 내고 있단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깨달았다.

“명상 프로그램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발표하는 시간이었는데 저도 모르게 이렇게 말하고 있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부처님께 다가가는 일, 그 일을 하고 싶어요’라고.”

그래서 최 팀장은 행복하다. 봉사할 수 있고 기도할 수 있어서……. 불자 가족인 친정 형제들이 모이면 함께 하는 다짐이 있다.

“매일 더 앞으로 나아가자. 이번 생에 수준을 높여 놓고 다음 생에 조금 더 높은 단계에서 만나자. 그렇게 높여 가다 보면 언젠가 부처가 될 것이다. 다음 생에도 도반으로 만나자”

52명 팀원들에게 최 팀장이 전하고 싶은 말도 다르지 않다.

“같이 행복합시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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