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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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길위에서’
1년에 단 두 번만 문이 열리는 비구니 수행도량 ‘백흥암’. 그곳에서 이창재 감독은 300일 동안 각기 다른 4명의 비구니 스님을 영상으로 담았다.
해외 유학 후 교수 임용을 앞두고 편지 한 장 남겨두고 출가한 상욱 스님, 어린 시절에 버려져 동진출가(어린 나이에 출가)한 선우 스님, 인터넷으로 가톨릭·기독교·불교를 검색하다 자신을 찾고 싶어 출가를 결심한 신세대 민재 스님, 37년간 수행의 길을 걸어온 영운 스님이 그 주인공이다.
유학시절 ‘zen 센터’를 다닌 것이 매우 좋아 출가를 결심하게 된 상욱 스님은 수계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상욱 스님은 “나만 좋아서 너무 미안하다. 너무 행복해서 미안하다.”며 가족들 생각에 말끝을 흐렸다. 영운 스님은 상욱 스님에 대해 “태도도 좋고 심지도 좋은데, 단지 입지가 약한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속세에 얽혀있는 조건들이 너무 좋아 염려스러워 하는 말인 것 같다.
해맑은 웃음이 동자스님 같은 선우 스님은 속세의 일반 여자들의 삶을 부러워하며, 다시 태어난다면 대학졸업 후에 출가하고 싶다는 생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긴 머리보다 머리를 민 모습이 더 아름다운 민재 스님은 삼배도 스님을 뵙는 것도 처음이라고 했다. 신세대답게 “스님들도 주 5일제 근무하면 안되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인터넷과 커피에 길든 스님은 “요즘 절에도 커피 있어요.”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속가 어머니가 ‘영웅’으로 부른다는 영운 스님은 평생 37년 동안 수행의 길을 걸어왔지만 아직도 그 끝을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영운 스님은 “수행하는 수행자는 밥값을 하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행에 임해도 도를 이루지 못하면 밥값을 못 갚는 것이며, 밥 한 그릇은 피 한 그릇과 같다는 것이다. 스님은 그 큰 밥값의 빚을 꼭 갚는 것이야말로 도를 이루는 것이라고 했다. 영운 스님의 말씀이 어찌 수행자에게만 해당되는 말이겠는가? 속세에 살고 있는 우리도 밥값을 하고 살고 있는지, 각기 다른 삶의 행복을 찾아가는 의미를 되새겨 본다.
‘내 딸을 돌려 달라’며 찾아온 엄친딸 상욱 스님의 부모님을 떠올리면 가슴이 짠해진다. 속세에 두고 간 많은 인연과 좋은 조건들을 뛰어넘는 가치 있는 삶이 되길 엄마의 마음으로 서원해본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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