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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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중생을 불쌍히 여기는 게 가장 큰 공덕
백중 6재
▲ 백중 6재,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을 가득 메운 불자들
대웅전 기둥에 달린 30여 대의 선풍기로도 법당 천장을 뚫을 듯이 힘찬 기도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불기2557년 8월 14일 오전 10시 약사재일이자 백중 6재(관음시식- 영가님전 공양 올리기) 가 사부대중 2,000여 명이 동참한 가운데 30도가 넘는 불볕더위 속에서 진행됐다.
▲ 법회가 봉행되는 대웅전 안, 불자들이 더위도 잊은 채 지극정성으로 절을 올리고 있다
법회는 천수경, 축원, 약사여래불 정근, 예불, 어머님합창단의 ‘고운님 잘 가소서’ 합창, 주지스님 법문, 관음시식, 소전 의식 순으로 진행됐다.
조계사 주지 도문 스님은 다음과 같이 백중 우란분재의 유래에 대해 법문했다.
▲ 조계사 주지 도문 스님
옛날 왕사성 가운데 나복이라는 남자가 살았다. 나복은 장사를 위해 외국으로 떠나기 전, 어머니에게 삼보께 공양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날마다 오백승재를 베풀 것을 당부했다. 그런데 돌아온 나복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머니가 오백승재를 지내지 않고, 양이나 소를 잡아 귀신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말을 들었다. 어머니에게 물으니 어머니는 “나는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이 남을 칭찬하기를 싫어하고 험담하기를 좋아하지 않느냐. 아들아, 어머니 말을 안 들을래 만약 내가 오백승재를 안 했으면 7일 안에 죽어 아비지옥에 떨어질 것이다.”라고 답했다. 어머니는 7일 만에 죽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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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복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대목건련이라는 불명을 받았으며 열심히 수행해서 신통력을 얻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는 곳을 찾아보자 아버지는 하락천상에 태어났는데,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목건련자는 어머니가 어디에 있는지 부처님께 여쭤보았다.
“어머님이 말씀하시기를 날마다 오백승재를 했다고 했는데 죽어서 어머님은 어찌 안 보이십니까?”
“목건련아, 너희 어머님은 살아생전에 삼보를 믿지 아니하고 인색하고 욕심이 많아서 갖가지 악행을 지은 것이 마치 수미산과 같아서 죽어서 아비지옥에 떨어졌느니라. 수없이 많은 지옥이 있는데 너희 어머님은 아비지옥에 떨어졌느니라.”
목건련자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머니께서 아비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보살들을 청해서 49개의 등을 켜서 대승경전을 읽어주고 방생을 하고, 심 번을 만들어 새우면 너희 어머님이 아비지옥에서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목련은 즉시 49개의 등을 켜고 번을 세우고 보살을 청했다. 어머니는 아비지옥에서 벗어나 양사성의 개로 태어났다.
목건련자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 어떻게 하면 개에서 헤어날 수 있습니까.”
“목련아 7월 15일 우란분절을 열면 어머님이 개의 몸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에 13일이나 14일도 아니고 15일 날이여야 합니까?” “7월 15일은 대덕 스님들이 하안거 해제일이다 즐겁게 한곳에 모여서 너희 어머님을 천도하면 극락세계에 태어나게 할 것이다. 우란분절을 여는 그 날은 모든 지옥문을 활짝 열어서 중생들을 재도하는 날이기에 너희 어머님도 개의 몸에서 벗어나 천상에 태어날 것이다.”
목건련자의 지극한 효성으로 어머님은 극락정토에 태어났다.
주지 도문 스님은 7월 15일 백중 우란분절은 불보살님께 공양과 기도를 올리고 조상님들의 왕생극락을 발원하는 날임을 상기시켰다. 주지스님은 “16가지 제보를 써서 항상 제사를 지내는 것보다는 수행자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것이 더 큰 공덕이 되고, 수행자들이 편안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토굴이나 집을 만들어 지어주는 공덕이 더 크고, 항상 기쁜 마음으로 삼보께 귀의하고 환희심으로 오계를 지니는 게 더 큰 공덕이 되고, 이보다 더 큰 공덕은 잠깐이나마 자비심으로 일체중생을 불쌍히 여기는 게 가장 큰 공덕이다. 모든 짐승들을 풀어줘서 삼보에 귀의하게 하는 것이 하안거 때 방생할 연유다.”라고 강조했다.
▲ 주지스님의 법문에 귀기울이는 불자들
주지스님은 장사익의 ‘꽃구경’이라는 노래를 들려주었다. 노래는 자식에게 버려지면서도 자식의 안전을 염려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담고 있어 불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자식은 부모를 버리지만, 부모는 자식을 버리지 않는다.”는 주지스님의 말에 불자들은 회한의 눈물을 훔쳤다.
조상님 전에 지극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청수를 올린 불자들은 관음시식을 마치고 마당으로 나왔다. 20여 기의 번과 스님들을 따라 부모은중경 인경을 머리에 인 신도들은 법계도를 돌았다. 소전 의식을 끝으로 6재를 원만 회향했다.
▲ 법계도를 도는 사부대중
▲ 불자들이 부모은중경인경을 머리에 이고 법계도를 돌고 있다
▲ 부모은중경인경을 소전하고 있다
서울 상도동에서 온 정진행(67세. 여) 씨는 “시댁과 친정 부모님을 모셨는데 6재까지 참석하다 보니 마음이 편하고 스님들께 감사하고 죄송해서 더 열심히 정진해야겠어요.”하며 쑥스럽게 웃었다. 작년 백중 때는 40년 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오빠를 위해 49재 기도를 했었는데 회향 후 오빠가 천도된 기분이라며 경험담을 들려줬다.
서울 중계동에 사는 최인희(58세, 여) 씨는 “불교에 입문한 지는 7~8년 됐는데. 외국에 있다가 5년 만에 조계사에 왔어요. 살아계신 친정엄마의 병이 완쾌되기를 소원하며 6재때 기도입재를 했어요. 조계사에 와서 법당에 앉아 있다가 탑돌이 한번 하고 나도 기분이 참 평온해져요. 회향법회에도 접수했어요.” 하며 소녀처럼 수줍게 말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김순옥(66세, 여) 씨는 “제 남편이 돌아가신지 3일이 지난날 백중 49재 입재를 했어요. 날짜가 거의 맞아서 별도로 49재를 할 필요가 없어서 집에서 간단히 지내고, 조계사에서 재를 지내고 있어요. 저는 현재 유방암으로 투병 중에 있는데 12일 날 병원에 입원해서 항암치료를 하고 13일 퇴원을 해서 오늘 6재에 왔어요. 양쪽 무릎 관절 수술을 해서 다른 때 같으면 걷는 것조차 힘이 들 텐데 견딜만하니 조계사 부처님 가피를 받은 것 같아요.”하며 밝게 웃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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