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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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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행사

중생들이 사는 이 자리가 부처의 세계다

  • 입력 2013.08.25
  • 수정 2024.11.23

 

불기2557년 하안거 회향 생명살림기도

 

▲ 불기2557년 하안거 회향 생명살림기도

 

불기2557년 8월 25일 오전 6시 30분 조계사 주지 도문 스님을 비롯한 5,000여 명의 불자들이 서울·경기 31개의 지역에서 동시에 출발했다. ‘불기2557년 하안거 회향 생명살림기도’를 봉행하는 전남 장성 고불총림 백양사로 향하기 위해서였다.

 

백양사에 도착하자, 햇빛이 쨍하고 하늘은 청명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새벽 3시까지 130mm의 폭우가 내려 백양사 뒷산인 백학봉이 보이지 않았고, 넓은 행사장은 완전히 물에 잠겼었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군데군데 질퍽거리는 곳이 있어 백양사에서 준비한 비닐 신발을 신은 채, 밀짚모자와 식순이 적힌 부채를 들고 도착한 순서대로 자리에 앉았다. 처음 도착한 지역과 마지막 도착한 지역이 1시간 차이가 났지만, 누구 하나 불평 없이 기다렸다.

 

▲ 뜨거운 태양빛 아래에서도, 먼저 도착한 불자들은 질서를 유지하며 다른 불자들을 기다렸다

 

기도는 천수경, 거불의식, 보소청진언, 헌촉, 헌향, 인사말, 생명살림 번 헌공식, 법문, 축원, 관음시식, 소전의식, 치어 방생, 점심공양, 백양사 참배, 회향 순서로 진행됐다.

 

▲ 5,000여 명에 달하는 불자들로 기도장소가 가득 찼다.

 

조계사 주지 도문 스님과 백양사 주지 진우 스님은 부처님의 지혜광명을 밝히고자 하는 ‘헌촉’을, 중생의 탐·진·치 삼독을 버리고 계향·정향·혜향·혜탈향의 법을 발원하고자 ‘헌향’을 올렸다.

 

▲ 조계사 주지 도문 스님이 헌향하고 있다

 

백양사 주지 진우 스님은 “지난 3일 동안 많은 비가 와서 노심초사했었다.”고 밝히며 “백양사는 백두대간 끝자락에 있는 사찰입니다. 묘령산의 정기를 받고 큰스님들이 많이 탄생하셨습니다. 북쪽에는 마하연, 남쪽엔 운문선원이 가장 수행하기 좋은 곳으로 한국불교의 전통을 이어온 도량이고 큰스님들의 정기가 뭉쳐있는 곳입니다. 백양사에서 많은 큰스님들이 나오신 것은 선사들이 어려운 생활에도 열심히 수행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100명의 선원수좌들이 있는데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며 불자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 백양사 주지 진우 스님

 

장성군 박기열 부군수는 “백학봉의 정기를 받으셔서 좋은 일만 있으시길 바란다.”며 “(장성군에는) 백양사 외에도 20여 개 사찰이 있습니다. 재작년부터 실시한 청소년 부정부패 고리를 끊는 조선사대 청백리 청렴 교육에 전국청소년 23,000명이 다녀갔습니다.”라며 장성군을 소개하였다. 장성군 농특산물의 훌륭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 장성군 박기열 부군수

 

이어 조계사에서(주지 도문 스님)는 장성군 내수면 연구소에 토종물고기를 살리기 위한 기금 2백만 원을 전달했다.

 

▲ 조계사(주지 도문 스님)에서 장성군 내수면 연구소에 토종물고기 살리기 기금 2백만 원을 전달하고 있다.

 

조계사 지승동 신도회장은 인사말에서 “일심으로 기도해오신 주지스님과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조계사 신도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신심의 끝을 놓지 않고 오늘까지 열심히 기도했으니 소원성취하시기 바랍니다.”고 말했다.

 

▲ 조계사 지승동 신도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조계사 주지 도문 스님은 인사에 앞서 ‘친절한 조계사·행복한 조계사·여러분들이 부처님이십니다!’라고 선창하였으며, 불자들은 밀짚모자를 흔들며 호응했다. 도문 스님은 “고불총림 주지 진우 스님, 수좌 지선 스님, 종무원, 청년회, 백양사 관계자 모두 감사드립니다. 부처님의 자비실천행입니다.”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조계사 신도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연이어 외치며(3번) 팔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불자들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 조계사 주지 도문 스님이 팔로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다

 

▲ 조계사 주지스님에게 밀짚모자를 흔들며 환호하는 사부대중

 

부처님 전에 생명살림을 상징하는 번을 올리는 ‘번 헌공식’을 신도회 김수정 명예회장이 대표로 봉행했다. 김수정 명예회장은 뙤약볕 아래 기도를 봉행할 사부대중을 위해 밀짚모자 6,000여 개를 보시한 바 있다. 밀짚모자는 법회 후에 장성군 농민들에게 기부된다고 한다.

 

▲ 조계사 신도회 김수정 명예회장이‘번 헌공식’을 봉행하고 있다

 

백양사 수좌 지선 스님은 주장자를 세 번 내리친 뒤 “(이 자리에 모인) 오천 불자는 오천 부처님입니다. 오천 부처님이 오신다고 하니 일 년 석달동안 가물었던 천년고찰 쌍계수가 흘러 넘쳐서 아주 윤택해졌습니다. 과연 명산명찰답게 그 청정무모한 신앙에 호법신장이 감흥하셨습니다.”라며 불자들을 환영했다.

 

▲ 백양사 수좌 지선 스님이 주장자를 든 채 법문하고 있다

 

백양사 수좌 지선 스님은 “부처이신 여러분! 확신하고 실천하는 보현불자 여러분! ‘신앙’이라는 것은 자기가 부처임을 확신하고 만선만행하신 석가모니 부처님처럼 아직 미욱한 중생들을 유익하게 하고 세상을 구제하는 것이 정법입니다. 이를 떠난 신앙은 개인의 기복과 안녕과 소원을 비는 낮은 단계의 신앙입니다.”라고 법문했다.

 

또한 지선 스님은 “(자신이) 부처라는 확신이 들면 그 자리가 성불의 자리”라며 “6천여 명의 불자가 뜨거운 태양 볕 아래 실천하고 있는 바로 이 자리, 중생들이 사는 이 자리가 화장세계고 여러분이 부처님입니다. 이 깨달음을 사회에 회향합시다. 나라가 태평해지고 청정해져서 자타일시성불도하는 살림방생기도가 되길 바랍니다.”라고 격려했다.

 

귀한 법문을 경청한 사부대중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보내온 영상편지를 관람하였다. 조계사의 큰 경사를 알리는 메시지였다. 며칠 전 조계종단과 서울시는 조계사와 인사동 일대를 역사문화 지구로 선정해, 조계사가 필요한 주차 공간 및 성역화 사업을 10년 동안 추진하기로 협약을 맺었다고 한다. 사부대중은 조계사의 오랜 숙원이 현실로 이뤄졌음을 박수로 자축했다

 

관음시식 후 불자들은 극락왕생 발원 위패를 한 장씩 든 채 소전대로 자리를 옮겼다. 5개의 작은 상자 안에 숯불이 달궈져있었다. 이전에는 주지스님과 신도회 임원들이 대표로 반야용선을 소전하였으나, 이번에는 모든 불자들 소전의식에 참여할 수 있었다. 위패도 주지 도문 스님이 직접 쓴 것이었다. 불자들은 위패를 소전하며 모든 영가가 천도되기를 발원했다. 이어 치어 방생지로 이동했다.

 

▲ 백양사 수좌 지선 스님이 영가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위패를 소전하고 있다

 

▲ 위패를 소전하는 불자

 

▲ 불자들이 치어 방생지로 향하고 있다

 

임시로 만든 100m가 넘는 긴 수로에서 물고기들이 방생되었다. 물고기들은 물을 따라 내려가는 게 아니라 거꾸로 힘차게 올라오는 강한 생명력을 보였다. 불자들은 ‘잘 살아라.’, ‘성공해라.’ 등 응원이 담긴 말과 함께 물고기들을 놓아주었다.

 

▲ 사부대중이 토종물고기를 방생하고 있다

 

▲ 치어를 방생하는 불자

 

▲ 방생의식에 참여한 어린 불자들

 

이날 방생한 치어는 6만 마리로 장성군 생태계에 맞는 토종 물고기다. 물고기들은 물길을 따라 장성호로 향할 것이며, 장성호 생태계 복원에 이바지할 것이다. 방생을 끝으로 생명살림기도를 원만회향했다.

 

▲ 물길을 따라 움직이는 물고기들 

 

백양사에서 마련해준 꿀맛 같은 비빔밥을 한 그릇씩 먹고, 전각에서 참배 후 각자의 지역으로 돌아갔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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