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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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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행사

이 시대의 부루나 존자를 떠나보내며

  • 입력 2013.09.13
  • 수정 2024.11.27

혜명당 무진장 대종사 영결식 및 다비식 

 

▲ 혜명당 무진장 대종사 영결식

 

삼각산 문수봉에 돌사자 춤을 추고

아리수 황토물이 서천으로 흐르니

도솔천 내원궁 뜰에 미륵이 설법하네.

조계산 벽송나무 옷깃을 접고 앉아 설법을 듣던 인연

천상을 향해가니 미타천 맑은 물살에 돌거북 노래하네.

나는 여든하나 되어서 어머님을 친견하리니.

나는 돌아 가리라. 아미타 부처님 계신 정토세계로

 

-무진장 대종사 찬가-


불기2557년 9월 13일 오전 9시. 조용히 비가 내리는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금정총림 범어사(부산)로 향하는 3대의 버스가 출발했다. 혜명당 무진장 대종사의 영결식 및 다비식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었다. 불교 포교에 힘쓴 큰스님을 향한 각별한 존경이 담긴 발걸음이었다.  


무진장 대종사는 범어사 동산 스님을 스승으로 계를 받았지만, 조계사에서 46년을 지냈다. ‘설법 제일존자’, ‘부루나 존자’라고도 불린 큰스님은 말 많고 탈 많은 조계사에서 긴 시간을 보내면서도, 사중에 ‘좋으니 나쁘니’ 말 한 번 하지 않았다. 11년 시중을 하면서 양말이라도 씻겨드리려 손을 내밀어도 절대 맡기는 일 없는 청정 그대로였다.

“(무진장 대종사 영결식 및 다비식에) 많은 불자가 참석하고 싶어했지만, 돌아오는 시간이 다음날 새벽 1~2시 사이라 귀가하는 교통편이 여의치 않을 거라 만류했다.”는 조계사 주지 도문 스님의 말에 스승에 대한 온전한 사랑과 사부대중을 아끼는 마음이 녹아 있었다.


오후 3시가 지나서야 범어사에 도착한 신도들은 수행으로 변화를 꿈꾸는 ‘화행교(化行橋)’를 건너, 대웅전 앞에 준비된 영결식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신도들로 붐볐지만, 질서 정연하게 자리를 잡은 불자들은 한마음으로 아미타불을 정근했다. 영결식은 오후 4시에 타종으로 시작되었다.

 

▲ 교계 및 각계각층에서 모인 2,000여 명의 불자들로 영결식장이 가득 메워졌다.

 

 

▲ 영결식장을 꽉 채운 불자들

 

향을 올리는 헌향은 진관 스님이, 차를 올리는 헌다는 현파 스님이, 꽃을 올리는 헌화는 오산 스님이 대표로 진행했다.

 

행장소개에서 법륜사 회주 선래 스님은 한국 불교 포교의 초석을 다진 무진장 큰스님의 발자취를 소개하는 동시에 “평생 모자를 쓰지 않으셨고 목도리, 내복, 솜옷도 입지 않으셨다. 오직 밤색 법복 두벌로 사셨다.”고 말해 일생을 청정하게 산 큰스님의 모습을 짐작하게 했다.

 

추도입정에서 스피커를 통해 무진장 큰스님의 생전 법문이 울려 퍼졌다. “육신은 아주 빠른 속도로 썩어가고 있다. 백 가지 병의 근원이 육신에 있다. 육신은 유리그릇 같은 것이고 물거품 같은 것이다. 물거품은 페인트칠 한 것이다. 건들기만 하면 깨어진다. 육신은 아는 것이 없다.”는 큰스님의 법문에는 육신의 헛됨을 알아차리고 지혜 있는 사람이 되기를, 수행이 삶이 되기를 바라는 가르침이 담겨있었다.

 

영결사에서 원로의장 밀운 스님은 “출가 사문의 길로 선택한 도처(到處)가 깊은 산중이 아닌 서울 도심의 번잡한 조계사였지만, 맑고 깨끗한 법을 유지하셨으니 흠모하는 정이 어찌 깊지 않겠습니까?”라고 애도의 마음을 표현했다.

 

▲ 원로의장 밀운 스님이 영결사를 하고 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추도사에서 “40여 년간 고동색 법의의 주인공이시고, 꿀벌 한 마리 살 것 같지 않은 이 도시에 국화꽃 향기를 뿜으며, 남녀노소 지위여하를 불문하고 불법대로(佛法大路)에 모여들게 하신 이 시대의 부루나 존자이시며, 우리들의 포대화상이셨던 무진장 스님!”이라고 말하며 그리움을 드러냈다.

 

▲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조사는 종회의장 향적 스님을 비롯해 포교원장 지원 스님과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 이기흥 중앙신도회장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종단과 각계 신도대표의 헌화 분향이 진행되는 동안 합창단원의 ‘무진장 대종사님 찬가’와 ‘이승을 떠나며’ 조가가 영결식장을 맴돌았다.

 

▲ 조계사 주지 도문 스님이 헌화하고 있다

 

사홍서원을 끝으로 법구가 이운되었고 사부대중은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일주문 앞에서 노재를 엄숙한 정근으로 정비한 뒤, 경내 은행나무 옆 공터에 마련된 연화대로 이동했다. 소나무 가지로 엮은 단에 군데군데 꽂혀 있는 흰 국화가 인상적이었다. ‘스님, 불 들어갑니다!’라는 외침을 신호로 남쪽에서부터 불을 놓았다. 이내 검은 연기와 함께 불꽃이 춤을 추었다. 사부대중의 신묘장구대다라니, 법성게, 광명진언의 독송이 끝나자 다비식이 마무리되었다.

 

▲ 무진장 대종사의 법구를 연화대로 이운하는 사부대중

 

 

▲ ‘큰스님, 불 들어갑니다!’라는 외침을 시작으로 연화대에 불이 놓여졌다

 

한 줌의 재로 돌아가는 큰스님의 다비식은 ‘천 년 전 중생무변 서원도의 큰 원력으로 이 땅에 오셨듯이 내년 봄 산수유 꽃망울 터트릴 때 다시 환생하소서’라는 지원 스님의 조사를 떠오르게 했다. 무진장 큰스님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와 새로운 부루나 존자의 설법을 들려주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 혜명당 무진장 대종사 다비식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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