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이 자리가 자성청정심
간화선 대법회 일곱 번째 날, 현기 큰스님 법문▲ 간화선 대법회 일곱 번째 날, 현기 큰스님(지리산 상무주암 수좌) 법문 지리산 상무주암에서 30여 년간 반야봉을 바라보며 화두를 들고 정진한 스님, 좀처럼 세상 밖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현기 큰스님(지리산 상무주암 수좌)이 한국불교의 간화선 중흥을 위해 조계사 대웅전에서 법좌에 올라 법을 설했다. 불기2557년 4월 30일 오전 10시 30분 청명한 날씨 속에서 봄꽃향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조계사 앞마당에 살랑거리는 오색연등 아래 사부대중 3,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일곱 번째 간화선 대법회가 봉행됐다. 법회는 조계사 회화나무합창단의 찬불가, 명고, 명종, 개회, 삼귀의례, 반야심경, 청법가, 입정, 법문, 사홍서원, 공지사항 순으로 이어졌다. 현기 큰스님은 법문에서 “백운은 청산을 떠나있는 것도 뭉쳐있는 것도 아니고, 청산이 백운을 떠나있는 것도 뭉쳐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중은 청산이고 저는 백운입니다. 제가 청산이라면 대중은 백운입니다. 이러한 불리불합의 관계, 이 인연의 연기성(緣起性)은 만겁에 영원합니다.”라고 말하며 법문을 시작했다. 현기 큰스님은 부처님 말씀을 담은 책 ‘염송’의 첫머리를 예로 들며 “세존이 도솔천을 여의지 않으시고 왕궁에 내려오시다, 모태에서 나시기 전에 중생을 다 제도해서 마치셨다 한다. ‘도솔천’과 ‘왕궁’의 사이엔 공간적 거리가 있고, ‘모태에서 나가기 전’과 ‘중생을 다 제도 했다’ 사이엔 시간적 거리가 있으므로 상식적인 시각에선 모순된 말이다. 육식(六識)경계로 보면 공간과 시간이 있지만 깨달음의 눈으로 보면 무처무시(無處無時)다.나와 너, 자타의 간격이 공간이다. 자타의 공간이 벌어지는 것은 밖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육식 육근(六識 六根)은 뒤돌아 거슬러 올라가면 공간 간격이 없어진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이 강에 비치면 1,000개의 달이 형상으로 나타난다. 1,000개의 숫자가 공간인데, 달그림자일 뿐이다. 그래서 하늘에 달이 없어지면 강물에 비친 달도 사라진다. 이와 같이 밖으로 보이는 산하대지 전체가 본래는 실체가 없는 것, 꿈을 꾸다가 꿈에서 깨면 꿈속의 영상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 반야(般若)이고 정안(淨眼)이다.”라고 법문했다. 이어 현기 큰스님은 “깨달음이란 꿈에서 깨어 눈을 뜨는 일이다. 한 생각이 일어나면 생멸육도(生滅六道)가 일어나고 한 생각 깨달으면 생멸육도가 사라진다. 생멸육도가 사라지면 평상심이다. 지금 이 자리의 성성함. 두 눈이 있어 보고, 두 귀가 있어 듣고, 앉고자 하면 앉고, 서고자 하면 서고, 돌아서면 바로 번뇌가 끊어지는 것이 ‘부처의 자리’다. 하지만 돌아섰는데도 번뇌가 끊어지지 않는 것은 상(相)에 머물기 때문이다. 상에 머무름이란 꿈을 꾸어서 나타나는 환유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상에 머무르지 않는 마음이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이다.”라고 설했다. ‘자성청정심’에 대해 현기 큰스님은 육조단경을 들며 “육조단경의 첫머리는 ‘보리자성 본래청정’이다. 깨달음이란 자성이며, 본래청정하다. ‘응무소주 이생기심’이란 곧 자성청정심이다. 지금 바로 이 자리. 배고프면 밥 먹고, 목마르면 물 마시고, 본래 부처인 자기 자신으로부터 털끝만큼도 떠나지 않는 것이다. 청정심은 경계에 물들지 않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현기 큰스님은 “우리 공부는 마음공부이며, 마음을 밝히는 공부인 간화선을 일념으로 몰입해 정진해야 한다. 한 생각이 꿈을 꾸고 밖으로 돌아다니다가 미아가 돼서 집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화두다. 중생고를 면하려면 바로 지금 화두 한 생각에 철저해야 한다. 대호대안(大好大安), 크게 좋고 크게 편안한 상태를 원하는가. 앉고자 하면 앉고, 서고자 하면 서고, 배고프면 밥 먹고, 목마르면 물 마시고, 지금 바로 이 자리의 '성성(猩猩)함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다만 밖으로 마음이 내달리지 않으면 크게 좋고 크게 편하다. ”며 법문을 마쳤다. 현기스님은, 묘관음사에서 향곡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70년 송광사·칠불암·극락암 등에서 정진했으며, 이후 지리산 반야봉 상무주암에서 일일부작 일일불식하며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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