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석 맞이 인연 맺음 행사 ‘오색실’ ①
조계사, 까마귀와 까치가 되다 ▲ 칠석 맞이 인연 맺음 행사 ‘오색실’ (‘인연 담아 김밥 말기’ 프로그램을 수행 중인 참가자들 ) 음력 7월 7일, ‘칠석(七夕)’에는 애틋한 사랑의 전설의 전해져 내려온다. 1년 동안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떨어져 있던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이야기다. 옥황상제의 노여움으로 헤어져 애를 태우며 지냈던 견우와 직녀. 이들을 만나게 해주기 위해 까마귀와 까치들은 칠석날이 되면 하늘로 올라가 다리를 놓아 주었으니, 그것이 오작교(烏鵲橋)이다.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17일~18일에 조계사와 근처 삼청공원에서 칠석 맞이 인연 맺음 행사 ‘오색실’이 개최되었다. 칠석을 맞이하여 청춘 남녀들에게 불교의 인연 고리를 제공하고자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오색실’은 운명의 빨간실*과 불교의 오색실*의 의미를 합친 것으로, 불교적인 마음가짐으로 청년불자들이 인연을 맺어갔으면 하는 취지에서 시작하였다. *빨간실: ‘천생연분인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빨간실로 묶여있다’는 에피소드를 가진 전설로 운명을 상징한다. *오색실: 하늘에서 오색찬란한 기운이 내리듯 부처님의 법력(法力)이 우리 중생에게 전해져서 모든 고통에서 해탈됨을 의미한다. 즉 불가에서의 오색은 현세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자비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칠석(8월 13일) 몇 주 전, ‘칠석을 맞이하여 인연 맺음 행사를 기획하자.’는 주지스님의 특명이 떨어졌다. 종무원들은 분주해졌다. ‘어떻게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할까?’, ‘방송이나 다른 단체에서 하는 짝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긴 하지만 우린 불교적으로 달라야 하지 않을까?’, ‘행사 이름은 뭐라고 하지?’, ‘참여자가 없으면 어쩌지?’ 등등 수없는 고민에 빠졌다. 회의에 회의를 거쳐 1박 2일의 인연 맺음 행사 ‘오색실’이 탄생했다. 여자 12명, 남자 10명이 동참하여 22명의 청춘남녀가 한 데 모였다. 첫날은 자기소개의 시간·마음 챙김·함께 하는 요가로, 둘째 날은 새벽예불·인연 담아 김밥 말기·함께 떠나는 걷기명상·인연을 알아차리기 위한 사띠(sati) 수행·추억만들기 미션 수행(4인 1조로 기념사진 찍어오기)·화채 만들어 먹기·인연에 대한 부주지스님 소참 법문·회향의 시간 순으로 진행되었다. ▲ ‘알아차림 명상’을 하는 참가자들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으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청춘남녀들은 대부분이 불자였다. 반 정도는 조계사 법회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거나 활동 중인 청년들이었으며, 나머지는 직장동료의 소개와 추천으로 참여하였다고 한다.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돌아가며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연에 호기심이 있어 진지하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성이건 동성이건 상관없이 좋은 인연을 만들고, 좋은 추억을 담아 갔으면 좋겠습니다.”, “직장에서는 같은 분야의 사람들만 만나게 되는데, 다른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주말을 즐겁게 보내다 가고 싶습니다.” 등등 참가 동기를 밝히는 사람도 있었고 앞으로 1박 2일간의 짧은 바람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취미는 불공드리기입니다.”라고 말해 하하하!!! 호호호!!! 즐거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 처음 만나는 자리,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첫날인 토요일 저녁 6시에 모인 참가자들은 방을 배정받고, 저녁공양을 했다. 이어 마인드케어평생교육원 이태호 총괄본부장의 지도 하에 ‘마음챙김 명상’이 진행되었고, 조계사 문화강좌 윤성희 요가강사의 ‘함께하는 요가’로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 참가자들이 다같이 ‘함께하는 요가’를 하고 있다 참가자들에게 오늘 하루 소감을 질문해보았다. “인연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는데 같은 종교를 가진 좋은 인연을 만나는 것에 설레고, 내일 삼청공원의 걷기명상이 기대됩니다.”, “절에서 인연 맺기 행사를 하는 것은 드문 일인에 색다른 행사여서 관심이 갔고, 조계사에 다니는 누나의 추천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바쁘게만 살고 있는데 명상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좋았습니다.”등등 다양한 대답이 돌아왔다. 마음에 드는 이성이 생겼는지 묻자 쑥스러운 듯 “네~”라고 대답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청춘의 발그레한 수줍음이 안심당을 꽉 채웠다. ‘오색실’에서는 프로그램마다 함께할 이성 파트너를 추첨으로 선정하며, 각각 소형 우체통을 지급하여 인연이 되고 싶은 이성에게 편지쓰기·연락처 남기기 등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기회를 가진다. SBS의 ‘짝’ 등 다른 프로그램과도 차별화되는데, 참가자들이 불자인 점, 참선과 명상 등 불교적인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점이 그렇다. 경쟁과 좌절이 난무하는 무리한 선택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우체통을 마련하여 기회만 제공한다. 그 뒤의 인연은 본인들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자기수행을 통해 만난 인연은 참으로 소중하고 맑을 것이다. 오색실이 성공적으로 운영되어 좀 더 능동적이고 활발한 만남의 장으로, 불교의 소중한 인연을 나누고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확대되었으면 한다. 앞으로는 20대, 30대 연령별로도 차별화되어 더 좋은 기회가 많이 제공되길 바란다. 대상도 다양화되어 ‘신혼부부를 위한 행사’, ‘노년부부를 위한 행사’, ‘부모와 자식을 위한 행사’ 등을 통해 인연을 중요하게 여기는 불교의 정신이 널리 퍼지는 행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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